[나이스경제 = 이수복 기자] 생리휴가 가려면 입증자료부터 내라고 요구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이 있다. 문제의 직장이 다른 곳도 아닌 국가기관이어서 더 많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비록 하청업체 직원들에게 가해진 성차별적 갑질이라지만 이런 일이 국가기관 안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 7일 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건강보험공단 내에서 벌어진 생리휴가 사용권 침해와 관련한 성차별 및 인격모독을 바로잡아달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요구를 한 건보공단 경인3고객센터 상담사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을 제기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들에 따르면 여성 상담사들을 상대로 행해진 생리휴가 관련 갑질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생리휴가 신청시 입증자료 제출 요구, 생리휴가 사용시 결근 처리 또는 급여 불이익 등이었다.

특히 기가 막힌 점은 관리자로부터 생리휴가를 신청하려면 입증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모욕감을 느낄 만한 성차별적 발언까지 들었다는 사실이었다. 소개된 사례엔 한 여성 상담사가 생리휴가를 신청한 뒤 팀장으로부터 “다른 회사에선 생리대 사진을 보내기도 한다”는 말을 들었다는 주장이 포함돼 있었다. 문제의 팀장은 “생리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르니 확인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상담사는 출근날 아침에 생리휴가를 쓰겠다고 하자 결근계 작성을 요구받았다. 상담사들의 소속사인 ‘제니엘’은 이밖에도 생리휴가를 쓰려거든 하루 전에 휴가원을 내야만 근무스케줄 준수율 가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생리휴가의 특성과 개인적 차이로 인해 출근 당일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행태를 두고 상담사 노조는 “생리대 사진 운운하며 입증을 강요하는 행위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자 모욕감 및 수치심을 유발하는 인격권 침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건보공단 관계자는 “(상담사의) 생리휴가 사용에 대해서는 휴가원 외에 추가로 요구한 것은 없다”며 “해당 팀장이 강요한 것은 아니었고, 타 회사 경우를 들어 휴가원을 내용에 맞춰 제출해주기를 원한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건보공단은 하청업체 소속인 상담사의 근태관리 등에 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리휴가 사용권이 제한을 받는 일이 국가기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청업체 선정 과정에서 갑질 업체를 걸러내는 등의 제동 장치 마련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고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생리휴가 사용권은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여성 근로자 고유의 권리다. 월 1회 사용이 가능하고 주5일제 하에선 무급으로 이뤄지지만 단체협약 내용에 따라 유급으로 실시되기도 한다. 단협이 근기법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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