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윤종원 기업은행장을 둘러싼 낙하산 시비가 1년여 만에 재발됐다. 지난해 말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윤종원씨가 기업은행장으로 갈 것이란 소문이 돌 때부터 등장했던 낙하산 논란이 다시 불거진 것이다.

논란을 제기한 쪽은 이번에도 기업은행 노동조합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15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윤종원 행장의 ‘조직 파괴’와 ‘노동 무시’ 등을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1인시위를 벌였다. 책임 당사자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목함으로써 윤 행장의 낙하산 이력을 상기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기업은행 노조는 때맞춰 내놓은 성명을 통해 금융권 낙하산 근절을 촉구했다. 노조는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약속과 달리 현재 금융공공기관 8곳 중 7곳을 낙하산 수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사실 윤 행장을 둘러싼 낙하산 논란은 진작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윤종원 행장은 올해 초 갖은 수난 끝에 기업은행 행장실 진입에 성공했다. 한동안 외부에 임시 사무실을 차려놓고 집무를 보다가 백기투항하듯 노조에 문건으로 몇몇 주요 사안에 대한 약속을 하고서야 본관 집무실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갈등이 사그라든 것처럼 보였지만 이때부터 노사 양측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번 낙하산 시비는 그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다. 낙하산 시비는 그 속성상 노사 간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나타나기 쉬운 주제다. 물론 이렇다 할 시비 없이 공기업 사장 또는 기관장 임기를 마치는 낙하산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례들은 대개 노조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극도로 자제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를 거꾸로 풀이하면 낙하산 수장들은 소신껏 일하기 힘들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입성한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낙하산 인사 근절을 약속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

윤종원 행장을 둘러싸고 재발된 낙하산 시비도 예외가 아니다. 기존의 노사문화에 변화를 꾀하려는 윤 행장의 시도가 노조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고, 그로 인해 낙하산 시비가 재연됐다고 볼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에 대한 낙하산 시비는 기업은행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상을 계기로 재발됐다. 임단협 시작 단계에서부터 노사가 치열한 신경전을 펼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갈등 속에 첫 협상을 위해 마련된 노사 간 상견례에는 윤 행장이 불참했다. 사측은 이후 진행된 협상에 기업은행 노조의 상급단체가 참여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노조는 관행이라며 반발했다.

갈등이 이어지면서 노조는 윤 행장의 경영 전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은행을 모르는’ 행장이 조직을 파괴하고 있으며, 노동 무시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노조는 윤종원 행장 취임 이후 행내에 불법과 편법이 크게 늘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 사례로 주52시간제 규정 위반, 영업점에서의 꺾기 횡행 등을 거론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노사 갈등을 들여다보면 윤 행장의 방침에는 일면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다. 임단협 진행 과정에 노측 협상대표로 외부 인사인 상급단체 인사가 참여하는 문제만 해도 그렇다. 갈등의 촉매제가 된 이 사안은 진작부터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었다. 윤 행장의 직접적 문제 제기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 사안은 사측이 ‘개혁’을 명분으로 얼마든지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사안이다.

문제는 윤종원 행장이 낙하산이란 치명적 약점을 지녔다는 데 있다. 불합리한 관행을 깨고 무언가 해보려 하면 낙하산 시비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낙하산 수장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치명적 약점이다.

이런 수장들에게 현 정부가 말하는 개혁을 기대하기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이는 낙하산이 하루 속히 근절돼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결국 이번 사태로 인해 윤종원 행장은 스스로 낙하산 근절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역설적 상황을 맞게 됐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