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이케아코리아 노조가 오는 24~27일 파업을 벌인다. 하필 파업기간이 쇼핑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전후 나흘이어서 매출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파업 충격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다. 이케아 측은 노조 파업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상영업을 이어갈 것이라 밝히고 있다.

마트산업노동조합 이케아코리아지회는 지난주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나흘간의 파업을 예고했다. 파업에 동참할 뜻을 밝힌 이들은 이케아 고양점, 광명점, 기흥점과 CSC콜센터 소속 노조원 등 800여명이다. 이케아 동부산점은 소속 법인이 달라 이번 파업과 무관하다.

이번 분쟁은 노사 협상에서도 상대의 감정과 체면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새삼스레 확인해주고 있다. 조합원들이 파업을 촉발한 직접적 계기가 사측의 ‘500원 식대 인상 제안’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진 = 마트산업노조 이케아코리아지회 제공]
[사진 = 마트산업노조 이케아코리아지회 제공]

이케아 노사는 지난 7개월간 단체협상을 벌여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 측은 협상 과정에서 의무휴업 보장과 하루 최소 6시간 근무, 출근과 출근 사이 14시간 휴식 보장, 병가제도 확대, 무상급식 실시와 임금체계 개편 등을 요구했다. 요구 사항 대부분이 복지라 할 것도 없는, 인간다운 삶의 최소 조건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던 중 지난 12일 다시 한 번 협상 테이블이 마련됐다. 이케아 노조는 사측이 내놓을 수정안에 기대를 건 채 협상에 임했다. 그러나 그 내용은 실망을 넘어 노조의 자존심까지 건드리는 것이었다. 이날 사측이 제시한 수장안의 골자는 식대 500원을 추가로 부담하겠다는 것이었다.

노조는 발끈했다. 노조는 사측 제안을 “기만적 제안”이라 깎아내리면서 “교섭 타결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지 않아도 이케아 해외 매장에 비해 열악한 처우와 환경에서 일한다는 불만을 갖고 있던 노조원들이 이 일로 극단적 분노를 드러내기에 이른 것이다.

노조원들은 사측의 ‘500원 추가 부담’ 제안이 진정한 협상 의지가 없음을 노골화한 것이란 인식을 갖고 있는 듯 보인다. 제3자의 시각으로 보더라도 사측이 인간적인 대접을 요구하는 노조의 요구를 냉소하듯 일축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사측에 대한 노조의 분노는 전화기 너머 그들의 반응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평소에 식사 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심지어 교대시까지 화장실에 갈 시간도 갖기 어렵다며 불만을 토하고 있다. 그러면서 “식사시간 보장 요구에 회사는 500원 더 주겠다는 말로 대응한다”며 “직원을 노예나 거지 취급을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노조 측이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나타내는 불만의 초점은 객관적인 처우 자체보다 자존심 손상에 맞춰져 있다. 임금 등 객관적 지표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존엄성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먼저 정착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케아 코리아 측은 국내의 이케아 매장 직원들이 다른 국가의 매장 직원들보다 더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적어도 급여 등의 복리후생에서 국내 매장 근로자들에 대한 차별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측의 주장을 수용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이케아 노조원들의 불만은 사측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합적이고 근원적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기술했듯이 노조 측은 임금 인상도 좋고, 기타 후생복리 증진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직원들을 인간으로서 존중하려는 사측의 의식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케아 노사 갈등은 직원들을 영업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인정하려는 기업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