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닮아 참 그릇이 큰 인물일세. 재벌2세 재벌2세 하지만 이렇게 인간적인 재벌2세도 많아지네.”(3ss1****)

“쇼라고 해도 대기업 총수가 모범을 보이는 모습은 보기 좋네. 그룹도 신뢰 가고. 한화 아들이나 SK 맷값 폭행 동생, 한진 조땅콩 모녀보다는 백배 보기 좋잖아! 쓰레기 재벌들 보다가 이런 보여주기식 이벤트는 애교로 봐야지.”(gamb****)

참으로 반응이 뜨겁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52)이 지난 17일 이마트 공식 유튜브 채널에 배추전을 들고 등장하면서다.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기업 오너들의 ‘엄근진’(엄격·근엄·진지) 행보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일까? 실제 정용진 부회장은 이날 전라남도 해남의 한 배추 산지를 찾아 직접 뽑은 배추로 전을 부치는 모습을 해당 유튜브 채널을 통해 내보냈는데, 놀랍게도 그 영상은 공개된 지 10일(지난 27일 오후 10시 기준) 만에 조회 수 75만 회를 기록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 이마트 공식 유튜브 캡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 이마트 공식 유튜브 캡처]

1분 54초 광고 영상 모델로 정용진 부회장을 앞세워 이미지를 톡톡히 개선했으니 이마트 마케팅 전략의 남다른 성과일 수 있다.

아울러 평소 대중과 소통하는 능력이 우수하다고 알려진 ‘핵인싸’ 정용진 부회장의 특별한 존재감도 빛났다. 더 놀라운 점은 그 영상이 정용진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제작됐다는 데 있다. 정 부회장은 제작진 20여 명과 직접 해남으로 내려갔단다. 아울러 식칼, 스타워즈 ‘다스베이더’ 앞치마 등 촬영 소품도 손수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정 부회장은 당초 계획에 없던 배추 말이 쌈도 현장에서 요리하는 등 이색 퍼포먼스를 선보여 핫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물론 댓글에 좋은 반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간혹 정용진 부회장의 행동을 ‘쇼통’(보여주기와 소통의 합성어)으로 치부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그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

“이마트 주가나 신경 써라. SNS '관종' 짓거리하지 말고 쿠팡에도 밀린 '쓱닷컴' 어쩔 거야? 앱부터 조잡하고 쓰기 불편한 거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못 들은 척 안들은 척. 에휴 답 없다.”(kapa****)

“X소리 하네 ㅋ. 정용진이 이마트랑 신세계 그대로 물려받은 거 말고 성공한 게 뭐 있어? 이마트랑 신세계는 땅도 자기들 소유라 망할 일이 없어요. 정용진 하는 사업마다 폭망하고 능력 없기로 소문났는데 무식하면 그냥 가만히 좀 있어라”(st77****)

한마디로 기업오너의 능력은 실적과 성과이지 인기가 답이 아니라는 지적처럼 들린다.

사실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통했던 ‘삐에르쑈핑’ 7개 매장이 지난해 연말 차례대로 폐점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정 부회장이 2018년 6월 일본 유명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해 돈키호테 한국버전으로 선보인 지 1년 6개월 만의 아쉬운 퇴장이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 이마트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 = 이마트 공식 유튜브 캡처]

지난 5월 초 헬스앤뷰티(H&B) 매장 ‘부츠(boots)’의 영업 종료 또한 정 부회장에게는 뼈아픈 지점일 수 있다. 신세계와 이마트 통합온라인 몰인 쓱(SSG)닷컴에서 운영 중이던 ‘부츠몰’은 지난 22일 문을 닫았다. 이는 이마트가 2017년 영국 월그린부츠얼라이언스(WBA)와 손잡고 ‘부츠’를 국내에 들여온 지 3년여만의 일이었다.

정 부회장은 현재 경영 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어머니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그룹 전체의 사업을 디자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와 스타필드를 필두로 하는 새로운 사업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사업적인 판단이 그룹 전체의 미래 먹거리 확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벌이는 사업마다 100% 성공하는 사업가는 없다. 반타작만해도 높은 승률로 통한다. 이런 점에서 몇몇 실패만을 부각시키며 일방 매도하는 것은 온당치 않을 수 있다.

직장인들이 리더의 유형을 논할 때 곧잘 동원하는 용어로 ‘똑부, 똑게, 멍부, 멍게’ 등이 있다. ‘똑’은 똑똑함, ‘멍’은 멍청함, ‘부’는 부지런함, ‘게’는 게으름을 뜻한다. 따라서 위의 네 유형은 각각 똑똑하고 부지런한 리더, 똑똑하지만 게으른 리더, 멍청하지만 부지런한 리더, 멍청하고 게으른 리더를 지칭한다. 이중 최고는 ‘똑게’이고 최악은 ‘멍부’란다. ‘똑게’는 구성원들에게 가야 할 방향을 정해주되, 역할을 나눠줌으로써 성장을 유도한다. 이에 비해 ‘멍부’는 방향을 잡지 못한 채 이 일 저 일 벌이면서 좌충우돌하다 보니 조직을 나락으로 내몬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중 어디에 속할까?

산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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