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오염물질 배출 문제가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랐다. 1년 전 사회적 논란 속에 임시 봉합되면서 잠복 상태에 들어갔던 고질이 다시 도진 셈이다.

1년여 전인 지난해 1월 6일 광양제철소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전남도는 중요한 결정 사항을 공개했다. 이날 도 동부지역본부장은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 브리핑을 열고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환경오염 문제와 관련한 행정처분을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행정처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시의 행정처분은 광양제철소 용광로 꼭대기 부분에 설치된 안전 밸브(브리더)의 개방에 따른 환경오염 물질 배출과 관련된 것이었다. 당시 이웃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브리더 개방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지적하며 지방 정부의 강력한 조치를 주문했었다. 이에 전남도는 2019년 4월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리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용광로에서 나오는 오염물질 문제는 광양제철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에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도 같은 문제로 시비에 휘말려 있었다. 그로 인해 해당 지자체들도 관할 지역내 제철소들에 대해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전남도는 수개월 간의 논의 끝에 지난해 초 광양제철소 오염물질 배출 문제에 대한 행정처분을 종결키로 최종 결정했다. 전남도는 이때 포스코 포항제철소 관할 지자체인 경북도도 처분 사유 부존재를 이유로 행정처분을 종결키로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자체들의 이 같은 결정엔 중앙 정부의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앞서 환경부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제철소 오염 문제를 다뤘는데, 브리더의 개방이 필수적이며 외국의 제철소들에서도 유사한 절차가 수반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용광로를 점검하기 위해 또는 돌발적인 화재 및 폭발을 예방하기 위해 브리더를 개방하는 일이 필연적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대신 환경 당국은 배출시간 규제 및 시설 보강과 함께 용광로 내부 압력을 낮게 조절하는 등 작업 절차를 개선함으로써 브리더 개방 시 오염물질 배출이 최소화되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결국 제반 절차만 준수한다면 브리더 개방을 용인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환경부의 당시 입장은 제철소 관할 지자체에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지난해 초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대한 전남도의 행정처분 종결 결정도 그런 맥락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당시에도 그 같은 결정에 대한 비난은 끊이지 않았다. 당국의 조치가 미봉책으로서 사실상 제철소의 환경오염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게 비난의 요지였다.

그런 비난은 1년여가 지난 지금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브리더 개방에 따른 오염물질 배출 상황이 별반 개선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된 환경단체의 주장은 최근 MBC-TV를 통해 상세히 소개됐다. 방송은 환경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 지금도 브리더 개방시 용광로 내부의 잔존 오염물질이 배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1년 전보다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환경단체 관계자의 말도 덧붙여졌다.

방송은 또 가스 배출 때면 관리 당국의 현장 감시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 같은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폭로했다. 방송은 그 근거로 광양제철소의 브리더 개방일정과 전남도 관계자의 현장방문 내역을 제시하며 지난해에 총 33건의 브리더 개방이 도 관계자의 현장점검 없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제철소 측은 사고 예방을 위해 돌발 상황에선 신고 없이 브리더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국이나 환경단체, 제철소 측의 각기 다른 주장들을 종합해 보면 제철소 용광로의 브리더는 작업 공정상 수시로 개방돼야 하고, 그때마다 일정량의 오염물질이 대기 중으로 배출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화재나 폭발위험 증가 등의 돌발 상황시 브리더 개방은 현 상황에서는 불가항력적 대처인 듯하다. 오염물질 배출의 심각성은 이때가 가장 크게 부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문제는 제철 공정에 획기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말끔히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말 중요한 점은 주어진 여건 하에서 오염물질 배출 저감 노력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 여부다. 정황상 일단 이 점에서는 광양제철소 측이나 관리 당국 모두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철소의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불가피성 주장은 최대한의 노력이 전제될 때라야 최소한의 설득력이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