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이하 코오롱생과)이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논란의 후과를 톡톡히 치르게 됐다.

이는 코오롱생과와 일본 미쓰비시다나베제약 간 국제소송을 진행해온 국제상업회의소(ICC)가 일본 회사의 손을 들어준데 따른 것이다. ICC는 최근 코오롱생과가 미쓰비시다나베에 기술수출 계약금 25억엔(약 264억원)과 이자, 손해배상액 등 총 430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코오롱생과와 미쓰비시다나베는 2016년 총 5000억원 규모의 인보사 기술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그 이듬해 미쓰비시다나베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임상시험 관련 정보를 제대로 넘겨주지 않는 등 계약의무를 성실히 이행치 않는다며 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미쓰비시다나베는 또 2018년 4월 코오롱생과에 계약금 환불을 요구하며 ICC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던 중 2019년 3월 인보사 성분을 둘러싼 시비가 불거지자 이 내용을 계약 취소 사유에 추가했다. 코오롱생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추가로 안게 된 셈이었다.

실제로 ICC는 이번에 코오롱생과의 계약금 환불 및 손해배상 결정을 내리면서 인보사 성분 관련 문제를 적시했다. ICC는 판결 이유로 “인보사 기술이전 계약이 연골유래세포 사용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인보사는 당초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첫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받아 골관절염 환자는 물론 사회 전반의 기대를 모았던 의약품이다. 하지만 성분 논란 끝에 허가되지 않은 물질이 사용된 것으로 판명돼 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인보사 제품에는 허가된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세포가 일부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의 신장세포는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여러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일로 인보사 개발회사는 물론 국내 제약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이 초래됐다.

이번 ICC 재판 결과도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자연스러운 결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양사 간 분쟁이 처음부터 신뢰 문제에서 비롯된 만큼 인보사의 성분 논란은 소송전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의미다.

코오롱생과 측은 식약처의 허가 취소가 나온데 대해 진작부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다소 미비된 점이 있었지만 조작 또는 은폐를 시도한 바는 없었다는 것이다. 또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도 문제가 없다는 게 코오롱생과의 입장이다.

코오롱생과는 인보사에 대한 허가 취소가 내려진 지금도 투여 환자 3000여명에 대한 추적관찰을 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 자회사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아래 3상시험을 진행할 채비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인보사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까다로운 미국에서의 3상시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논란이 말끔히 정리되기 어려울 것 같다.

문제는 인보사에 대한 신뢰다. 이번 ICC 판결은 그 점을 상기시켜주었다고 볼 수 있다. 설사 허가신청 당시 제출 자료의 ‘사소한’ 미비가 유일한 문제로 판명난다 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 바로 그 사소한 미비가 소비자에겐 치명적 불신의 씨앗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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