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우리 증시의 거품 붕괴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이 또 나왔다. 지난 4일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의 세계 최장기 공매도 금지 연장조치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취지인 즉, 공매도가 당분간 더 금지됨에 따라 한국 증시에 거품이 형성될 위험성이 보다 커졌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의 보도 내용은 공매도 금지가 주가의 거품을 키우고 외국인 등의 투자전략에 제한을 가함으로써 결국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주장과 맥을 같이한다.

단기 및 장기 전략을 적절히 혼용해 투자에 임하는 외국인 등 큰손들에게 공매도 금지는 중요한 위험회피 수단의 상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로 인해 외국인들이 한국 증시를 외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블룸버그의 경고는 인위적 주가 지지가 주가 대폭락 사태를 야기할 수 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금융 당국의 공매도 금지 재연장을 두고는 국내에서도 ‘선거용’, ‘포퓰리즘 대책’이라는 등의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게 제기됐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탓인지 이번 주 증시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무척 조심스럽다. 여러 상승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스권 내에서 제한적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많은 편이다.

객관적 상황만 놓고 보면 주가 상승 요인이 하락 요인보다 많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유행이 미국과 한국에서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주요국들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차근차근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막 출범한 미국 민주당 정부가 경기 부양책 관철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의회 승인을 거듭 촉구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역시 2주 이내에 부양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그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현금지급 대상자 규정 등 법안의 세부 내용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금융 당국의 공매도 금지 재연장 조치도 당장은 국내 증시에서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개인들의 불안감을 어느 정도 해소해주는 기능을 담당할 수 있어서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것은 주식 가격에 대한 부담이 커져 있다는 사실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 점이 주가 상승을 억제하는 주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가격 부담을 해소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주 투자자들이 눈여겨볼 이벤트로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연설이 있다. 오는 10일 진행되는 뉴욕비즈니스클럽 온라인 세미나에서 파월 의장이 완화적 발언을 내놓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현재 미국에서는 연준의 조기 테이퍼링(중앙은행의 채권 매입 축소)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에 파월 의장이 그 가능성을 차단하는 발언을 확실히 해준다면 시장에는 보다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설 연휴로 사흘만 개장하는 이번 주 증시에서는 첫날부터 외국인이 순매도에 나서면서 주가가 조정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7.00포인트(0.22%) 내린 3113.63에서 거래를 시작한 뒤 전반적인 약세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종국에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29.39포인트(0.94%%) 하락한 3091.2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외국인은 3523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고, 기관과 개인은 각각 2754억원, 862억원의 순매수로 그에 맞섰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