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의 3기 신도시 예정지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 이야기다. 이 사건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그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정황으로 보건대 의혹에 그칠 사건도 아닌 듯하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개발을 주 임무로 삼고 있는 공기업의 직원들이 지위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려 했다면 이는 국민적 공분을 사고도 남을 일이다.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폭로한 바에 따르면 10여명의 LH 직원이 광명·시흥에 들어설 신도시 예정 부지에 토지 2만3000㎡(약 7000평)를 사들인 정황이 발견됐다. 해당 토지 매입 비용은 근 100억원에 이르렀다. 투기자 명단엔 LH 직원 외에 그들의 가족과 지인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들이 토지를 사들인 시점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하던 기간과 상당 부분 겹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변 장관은 2019년 4월부터 작년 12월까지 LH 사장직을 수행했다. 문제의 토지 거래 10건 중 9건이 이 기간 중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폭로하는 참여연대 관계자들. [사진 = 연합뉴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폭로하는 참여연대 관계자들. [사진 = 연합뉴스]

참여연대와 민변은 이 같은 사실들을 폭로하면서 LH 직원들이 지분을 각각 1000㎡ 이상씩으로 나눠 땅을 사들인 정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기술적으로 지분 나누기를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참여연대와 민변의 시각이다. 이는 LH의 내부 보상기준과 관련이 있다. 규정상 최소 1000㎡를 소유한 지분권자라야 대토(代土) 보상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결국 LH 직원이 그 같은 내부 규정을 신도시 예정지 토지 투기에 십분 활용했다는 얘기다.

폭로 내용 중 또 하나 귀를 솔깃하게 한 점은 ‘단 하루 동안’ ‘일부 필지에 대해’ 토지 매입자와 LH 직원 명부를 대조해 찾아낸 결과가 이 정도라는 것이었다. 이 말은 곧 자신들이 확인한 사례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폭로가 나오자 LH는 즉각 조치에 나섰다. 의혹에 휩싸인 직원 12명을 직무에서 배제시켰고 자체적인 전수조사에도 착수했다. LH는 아직 혐의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조사 과정에서 범법사실이 확인될 경우 고발 조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LH의 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미 그에 대한 신뢰는 진작부터 깨져 있다고 보는 게 옳다. 설사 더 많은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발표가 나오더라도 셀프 조사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정답은 한 가지, 참여연대 등이 주장한 대로 감사원 같은 제3의 기관이 LH 직원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는 것뿐이다. 대상 지역도 광명·시흥 지역을 넘어 모든 신도시 예정지로 확대해야 한다. 이번에 드러난 사례와 달리 본인 명의를 철저히 숨긴 채 친인척 등의 이름을 빌려 투기에 나선 이들이 나올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선량한 일반 매입자에 대한 섣부른 조사는 자제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LH 직원들과 관계 요로의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공익적 차원에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자금 흐름 등을 면밀히 들여다본다면 실상이 어느 정도는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사태는 완벽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신도시 개발계획의 근간을 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 이 점이 티끌만한 의혹도 남기지 말고 사태를 깔끔히 마무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은 감사원이다.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3일 국토교통부가 직접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셀프 조사’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LH 사장 출신 장관이 통할하는 부처가 조사에 나서는 것은 이해충돌의 여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공무원이 조사 대상일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번 사태의 가장 깔끔한 처리 경로는 감사원 감사, 내부 징계, 검찰 고발 등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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