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국민 개개인의 소비생활이 보다 팍팍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소비지출 중 식비와 주거비 같은 기본 생계비 비중이 크게 늘어났음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기본 생계비 비중이 커졌다는 것은 여가와 문화생활 등에 소비하는 돈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소비의 질적 수준이 낮아졌고, 그만큼 생활의 질도 동반 저하됐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9일 발표한 ‘국민계정으로 살펴본 가계소비의 특징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국민들의 소비지출 중 식음료비와 주거비 비중은 근래 보기 드물게 높아졌다. 식음료비는 20년 만에, 주거비는 14년 만에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보고서는 소비지출 중 식음료비와 주거비의 비중을 산출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집계한 국민계정 중 목적별 최종소비지출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엥겔계수와 슈바베계수를 측정했다. 엥겔계수는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 지출이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슈바베계수는 소비지출 대비 임대료 및 수도광열비 지출 정도를 측정한 값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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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계수는 의식주 가운데 의복비를 제외한 기본 생계비의 지출 비중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각각 소비의 질을 측정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생활 수준이나 소득이 낮을수록 이들 계수의 값이 올라간다고 보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연구원 분석 결과 지난해 우리 국민들의 소비지출 대비 의식주 분야 지출 비중은 36.8%였다. 1년 전에 비해 1.7%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연도별 추이로 보면 2005년(37.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의류 및 신발 구매비(衣)의 비중이 크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엥겔계수(食)와 슈바베계수(住)가 크게 증가한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엥겔계수만 놓고 보면 지난해 12.9%를 기록, 1년 전보다 1.5%포인트 증가했다. 2000년의 13.3%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지난해 슈바베계수는 전년보다 1.1%포인트 상승한 18.7%를 기록하면서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이전의 최고치는 2006년의 18.8%였다.

식비와 주거비 비중이 늘어난 것과 달리 의류 및 신발 구매비 비중은 5.2%에 그쳤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상의 내용들은 몇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를 휩쓴 코로나19가 사람들의 활동을 억제하면서 소비지출을 줄이도록 유도한 것도 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절대적 원인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보고서 역시 그 점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경기 불황으로 소득 증가세가 둔화한 가운데 그 이상으로 소비 지출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또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됐고 그 결과 가계가 불필요한 소비지출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한 해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품의 물가가 많이 올라간 것이 엥겔계수를, 부동산 정책 실패에 의한 집값 및 주택 임대료 상승이 슈바베계수를 끌어올렸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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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국민들의 기본 생계비 부담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 같은 사실은 같은 날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을 통해 확인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국세수입이 전년 동기보다 크게 늘어난 덕분에 통합재정수지는 흑자를 기록했다. 이번 흑자는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지출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기록된 것이어서 특히 눈길을 끌었다. 그만큼 세수 증가폭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1월 국세 수입 증가를 이끈 것은 소득세와 법인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증권거래세·인지세 등을 망라한 기타국세 등이었다. 이중에서도 국세 수입 증가를 주도한 것은 소득세(11조7000억원)였다. 양도소득세와 배당소득세 등의 증가에 주로 기인한 결과였다.

법인세 역시 작년 동기보다 4000억원 많은 2조원이 걷혔고, 기타국세도 1년 전보다 1조원 늘어난 5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직접세가 주로 증가된 것과 달리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수입은 전년보다 1조원 줄어든 17조5000억원에 그쳤다. 관세 역시 전년 대비 3000억원 줄어든 5000억원 징수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1월 총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6조1000억 늘어난 5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달 총지출도 함께 증가해 53조9000억원을 기록했지만 총수입 증가폭이 더 커진 덕분에 당월 통합재정수지는 3조4000억원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 하지만 정부의 실질적인 살림살이 결과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조3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올해 첫 달의 대규모 통합재정수지 흑자는 민생고 심화에도 불구하고 직접세인 소득세 등을 크게 늘린데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1월 세수가 1년 전보다 늘어났음을 지적하면서 “올해 세수 상황은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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