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문재인 정부가 줄곧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정책이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음을 웅변해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소주성은 국민 개개인의 소득을 늘림으로써 소비지출을 증대시키고, 그 결과 우리 경제가 성장하게 될 것이란 논리를 담은 개념이다. 다수 경제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마차가 말을 끄는, 혹은 마차가 말을 밀고 가는 격이라 비판했으나 정부는 마이동풍이었다. 요즘 들어서는 청와대나 정부도 소주성이란 용어를 쓰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기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정부가 직접 고용 증대를 통한 일자리 만들기와 저소득층 현금 지원에 치중하는 것 등도 그런 흐름을 말해준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또한 소주성 정책 수행의 한 방법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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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다양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실험에 가까운 정책을 실행하느라 무리수를 두었다. 당장 최저임금이 급속히 올라가는 바람에 소상공인들은 인력 감축에 나서야 했고, 그 여파로 고용취약 계층부터 하나 둘 일자리를 잃었다. 정작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 돼야 할 기업은 각종 규제에 시달리며 투자를 꺼리게 됐고, 그로 인해 신규 인력 채용을 줄이기에 이르렀다. 투자가 줄어드니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정부는 정부대로 고용취약계층의 취업난 해소를 위해 큰돈을 쏟아부었다. 전반적인 일자리 예산은 차치하고 재정일자리 만들기에 들어가는 돈만 매년 2조~3조원에 달했다. 여기에 서민 가구의 이전소득 증대를 위해 투입한 재정 등을 더하면 소주성 정책 이행에 들어간 돈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연간 지출 가계동향조사’는 그 참담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240만원을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2.3% 감소한 액수다.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 소비지출로 계산하면 감소율은 2.8%로 더 커진다.

이는 우리가 1인 가구를 포함시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비교 가능한 범위 안에서 따지자면 역대급 소비 감소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1인 가구에 한정해 자료를 살펴보면 더욱 암담해진다. 지난해 1인 가구 소비지출은 전년에 비해 7.4%나 줄어들었다. 이는 곧 20~30대 청년층의 소비지출이 크게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돈벌이 자체가 전보다 부실해졌거나 기타 생계비 지출이 크게 증가해 청년층이 지갑을 닫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 1인 가구의 35%는 40대 미만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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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난해 소비지출 감소가 오로지 정책 오류에만 기인한다고 볼 수는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활동 자제, 학원 수업 축소와 무상교육 확대에 의한 교육비 지출 감소, 2차 재난지원에 의한 통신비 지출 감소 등등이 전체 소비지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지난해 주거비 부담이 커졌고, 과일·채소 등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각 가구가 기타 부문에서 최대한 절약하면서 긴축에 힘썼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더 이상 긴축할 여지조차 없는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와 비교적 소득이 적은 60세 이상 가구주 가구에서만 소비지출이 증가한데서 잘 드러난다. 지난해 1분위 가구와 60세 이상 가구주 가구의 전년 대비 소비지출 증가율은 각각 3.3%, 2.1%였다. 각각의 월평균 소비지출 규모는 105만8000원과 169만5000원이었다.

가구당 소비지출 감소를 초래한 더 중요한 이유는 취업난이었을 것이다. 다만, 1분위 가구와 60세 이상 고령 가구주 가구의 경우 식료품 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다 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소비지출을 늘렸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분석에 대해서는 통계청도 공감을 표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최상의 방책은 민간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가 세금을 동원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무원 수 증대와 단기 일자리 만들기는 두고두고 재정에 부담만 키워줄 뿐이다. 우린 이미 그런 부작용을 질리도록 목도해왔다.

누차 강조해왔지만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단순한 진리를 이제라도 정부가 인정하는 게 우선이다. 기업 일자리 창출의 유일한 방법은 설비투자 증대다. 국가 재정은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집중적으로 투입될 때 그 효율성도 극대화된다. 여기에 더해 기업들의 투자를 막는 각종 규제를 대대적으로 손질한다면 고용은 저절로 늘어나게 돼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책 패러다임을 바꾸는 게 급선무다. 이런저런 개혁도 좋지만 현재로서 가장 시급한 개혁은 고용 증대를 위한 정책개혁이 아닌가 싶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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