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천옥현 기자] 남양유업이 엉터리 마케팅 쇼를 벌이다 철퇴를 맞게 됐다. 자사의 ‘불가리스’(사진) 제품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소·억제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해 경찰에 고발당하는 위기에 몰린 것이다. 고발 이유는 남양유업 측의 발표 내용에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식약처는 또 남양유업에 대한 행정처분을 관할 지방정부에 의뢰했다.

16일 식약처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한국의과학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 자리엔 국내 30여개 언론사 기자들이 참석했다.

발표가 나오자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를 입증하려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의 발표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다. 남양유업 측의 발표는 심지어 동물실험조차 거치지 않은 채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 남양유업 홈페이지 캡처]
[사진 = 남양유업 홈페이지 캡처]

지난 14일 저녁 식약처는 긴급 현장조사를 통해 남양유업이 해당 연구와 심포지엄 개최에 적극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남양유업 홍보전략실은 ‘불가리스, 감기 인플루엔자(H1N1) 및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에 대한 항바이러스 효과 확인 등’의 문구를 담은 홍보지를 각 언론사에 배포해 참석을 요청했다. 문제의 내용을 발표한 사람도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식약처는 연구비와 심포지엄 임차료 지급 등의 정황을 고려할 때 남양유업이 학술연구 범위를 벗어나 사실상 불가리스 제품을 홍보했으며, 이는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법 제8조는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 또는 10년 이하 징역, 1억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15일 세종시 축산과에 남양유업 세종공장에 대한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의뢰했다”며 “세종시에서 행정처분을 내리면 남양유업 세종공장은 2개월 동안 생산 등의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파문이 커지자 남양유업 관계자는 자사 연구진이 인체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단계 실험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시인했다. 동시에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남양유업의 발표 이후 주식시장에선 관련 업종 주가가 요동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발표 내용을 믿고 주식을 사들였다가 낭패를 본 개인투자자들은 한국거래소에 남양유업을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발표 다음 날인 지난 14일 하루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남양유업 보통주 37억8000만원, 남양유업 우선주 16억5000만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통상적인 수준에서 모니터링하고 있으나 아직 혐의가 확인된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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