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천옥현 기자] 우리금융지주(회장 손태승)의 자회사 우리은행(은행장 권광석)이 최근 카드사들과 손잡고 고금리 적금상품들을 줄줄이 쏟아냈다. ‘우리 Magic 적금’ 시리즈 상품인 ‘우리 Magic 적금 by 우리카드’, ‘우리 Magic 적금 by 현대카드’, ‘우리 Magic 적금 by 롯데카드’(출시순) 등이 그것들이다.

이들 상품의 최고 금리는 연 5.7~7.0%에 이른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서 보자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당연히 금융소비자들로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잘 기획된 일종의 미끼 상품이라는 것을 금세 인지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을 바르게 인지하는 일은 사실상 소비자의 몫이라는 게 문제다. 겉으로 드러난 내용만 보고 상품에 가입했다가는 대부분 허탈감을 느끼기 십상이라는 얘기다.

이를테면 가입자가 적금을 붓는 기간 동안 원금만큼이나 해당 카드사들의 카드를 긁어야만 우리은행 측 작명대로 ‘마법’ 같은 고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의 카드사 콜라보 적금상품들은 모두 이런 식으로 기획돼 있다.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점. [사진 = 우리은행 제공]
서울 중구 우리금융 본점. [사진 = 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이 오는 28일 출시하는 ‘우리 Magic 적금 by 롯데카드’를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이 적금의 가입 기간은 1년이다. 월 납입 한도는 최대 50만원이다.

이 적금상품의 금리는 기본금리 연 1.5%에 우대금리 최대 연 0.5%p와 특별우대금리 최대 연 5.0%p를 더해 최고 연 7.0%에 이른다. 제1금융권 상품이라 믿기 힘들 정도로 높은 금리 수준이다.

은행 측 설명도 꽤나 현란하고 그럴듯하다. 한 관계자는 ‘우리 Magic 적금 by 롯데카드’ 출시 배경에 관해 “시중금리가 계속해서 하락하는 가운데 목돈 마련에 도움을 드리고자 롯데카드와 제휴를 통해 고금리 적금상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 Magic 적금 by 롯데카드’의 상품 설명서에 따르면 가입자는 최고 연 7.0% 금리 혜택을 받는 상황에서 가입 기간(12개월) 내내 월 납입 한도 최대액인 50만원을 넣으면 세후이자 19만2465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만 믿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은행 측이 내세우는 고금리 혜택을 누리려면 충족해야 할 조건이 까다롭게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상품의 혜택을 얻으려면 우리오픈뱅킹 서비스에 가입한 뒤 상품·서비스 마케팅에 동의해야 한다. 그래야 연 0.5%p에 해당하는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특별우대금리도 가입자가 우리은행 제휴 롯데카드의 발급 전용 웹페이지에서 신용카드(이하 롯데카드)를 발급받고, 그 롯데카드의 사용 조건을 충족할 때에만 적용된다.

이에 따라 해당 적금의 가입일 월초부터 최종만기일 전월까지 가입자가 롯데카드 기존고객일 경우 1000만원 이상, 신규고객일 경우는 600만원 이상의 카드 사용 실적을 올려야만 각각 연 2.0%p, 연 5.0%p의 특별우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존고객은 사실상 연 최대 7.0% 금리 혜택을 받을 수도 없다는 얘기다.

또 신규고객이 해당 적금에 월 납입 한도 최대액인 50만원을 1년간 매달 꼬박꼬박 넣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원금으로 정확하게 600만원을 모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같은 신규고객조차 같은 기간 동안 롯데카드를 한 손에 든 채 원금과 똑같은 금액만큼을 이곳저곳에서 써대야만 최대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Magic 적금 by 롯데카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Magic 적금 by 우리카드’, ‘우리 Magic 적금 by 현대카드’ 상품들도 대동소이하게 설계됐다. 심지어 두 가지 상품의 경우 연 최대 금리가 각각 6.0%, 5.7%로 책정돼 있어 고객 입장으로 따지자면 오히려 혜택이 적은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우리 Magic 적금’ 시리즈는 주관적인 소비 패턴이 뚜렷한 MZ세대를 겨냥한 이른바 소비 촉진 적금상품”이라며 “우리은행이 ‘목돈 마련에 도움을 드리고자 이 같은 고금리 적금상품을 출시했다’고 설명하는 행태를 보노라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당 시리즈는 신규고객 유치를 위해 설계된 적금상품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일종의 미끼 상품에 해당한다는 설명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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