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천옥현 기자] “이왕 쓰는 화장품, 지구와 동물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사용할래요.”

비건 화장품을 즐겨 사용하는 회사원 이씨(28·여)가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씨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채식은 부담스러워 화장품부터 비건 제품으로 바꿨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비건 화장품’은 제조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아야 한다. 글리세린이나 콜라겐 등 동물성 원료도 첨가하지 않아야 한다. 자격 조건이 까다로운 터라 공신력 있는 비건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을 획득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화장품 비건 인증을 획득한 화장품 수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비건인증원 마크. [이미지 = 제공]
[이미지 = 한국비건인증원 홈페이지 캡처]

22일 한국비건인증원에 따르면 지난해 비건 인증을 받은 화장품 수는 2019년(47건)의 8배 이상인 404건으로 급증했다. 그리고 올해 1분기 인증 수는 513건으로 이미 작년 1년치를 넘어섰다. 앞으로 비건 화장품 바람이 더 거세질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비건 화장품 수가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치소비를 중요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과 환경까지 고려한 비건 화장품을 구매하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비건 화장품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반 화장품 시장은 매년 0.5~1%대 성장하지만, 비건 화장품 시장은 6~8%씩 커지고 있다. 러쉬코리아의 경우 2020년 매출이 2016년 대비 2배가량 증가했다. 러쉬는 1995년 창립 이래 현재까지 단 한 번의 동물실험도 하지 않은 비건 화장품 브랜드로 2002년 한국에 입점했다.

이에 발맞춰 화장품 업계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을 겨냥한 비건 화장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비건 화장품 브랜드 론칭, 비건 라인 추가 확장, 유통 채널 확대 등이 그 사례다.

먼저 비건 뷰티 브랜드 ‘이너프 프로젝트’는 지난달부터 올리브영 온라인 스토어와 300여개 매장에 입점했다. 이너프 프로젝트는 아모레퍼시픽에서 론칭한 비건 뷰티 브랜드다. 2020년 6월 스킨케어 상품 출시를 시작으로 같은 해 8월 아마존 입점, 12월 라인업 보강 등을 통해 브랜드를 강화했다. 올해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드러그 스토어 입점 등 유통 채널을 확대하면서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러쉬코리아는 지난해 비건 메이크업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020년 한 해 러쉬가 비건 소사이어티(영국 비건 인증협회)에서 인증받은 화장품 품목 수는 240개이다. 러쉬는 동물과 자연 그리고 사람이 조화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이념에 따라 지속적으로 비건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비건 립 스크럽을 선보였다.

화장품 제조 전문 기업 한국콜마는 일찌감치 비건 화장품에 관심을 보였다. 이미 2019년에 기초 화장품 10종에 대한 비건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쿠션과 선크림, 마스카라 등 주요 색조화장품 10종에 대한 비건 인증까지 획득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비건 트렌드에 발맞춰 메이크업 제품에서 기초제품까지 폭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비건 인증을 획득하고 있다”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비건 화장품 트렌드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비건 화장품 열풍에 대해 “불과 2-3년 전만 해도 ‘비건 화장품’이란 용어조차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요즘은 비건 화장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음을 피부로 느낀다”며 “다양성에 대한 인식 변화에 따라 비건 화장품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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