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박해옥 기자] 4·7 재보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후 부동산 보유세 감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보유세가 과도하니 다소 감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야 모두에서 나왔다. 과도한 보유세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 그 배경에 깔려 있었다.

특히 여당에서 나오는 관련 주장은 보유세 폭탄에 신음하고 있는 이들의 각별한 관심을 끌었다. 현실적으로 거대 여당에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행사할 수 있는 입법권이 쥐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당 내부에서는 기존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섣부른 감경 주장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주장을 주도한 쪽은 강성 의원들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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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명백한 사실을 두고도 서로 다른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다수 국민들이 혼란을 느끼고 있다. 혼란의 한 가운데엔 말 많은 종부세가 자리하고 있다. 사실은 오직 하나일 텐데 전체 국민들 중에서 보유세를 내는 사람의 비율을 둘러싸고 서로 다르게 느껴지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부세 부과 대상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3%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제기하고 있다. 상위 1% 내외 부동산 부자에게만 부과되는 만큼 손질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야당 측 인사들은 물론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발언 내용과도 크게 어긋나는 것이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의 원류는 지난해 말 김태년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라 할 수 있다. 김 원내대표는 종부세 부과 대상자가 전체 인구의 1.3%뿐이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주장들은 당장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는 홍 부총리의 발언과도 배치되는 것처럼 느껴져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홍 부총리는 국회 답변 등을 통해 시종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의 비율은 3.7%”라는 발언을 하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물론 워딩을 자세히 뜯어보면 두 사람이 말하는 내용엔 차이가 있다. 각자가 분자 및 분모로 활용한 통계 자료들이 조금은 다르다.

우선 진 의원 등은 종부세 내는 사람 수(지난해 기준 약 66만7000명)를 전체 인구수(약 5200만명)로 나눈 값을 말하고 있다. 종부세가 가구별이 아니라 인별로 부과되는 세금이라는 점을 핑계 삼아 그런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 리얼미터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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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홍 부총리는 가구수를 기준으로 그 비율을 말하고 있다. 즉, 종부세 부과 대상 가구(9억 초과 주택 약 52만4600호)를 전체 가구, 그 중에서도 공동주택(아파트나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수(약 1420만5000호)로 나눈 값을 지칭하고 있다는 의미다.

누구의 말이 보다 국민들의 일반적 정서에 부합하는, 더 정확히 체감할 수 있는 수치일까? 말할 것도 없이 홍 부총리의 발언 내용이 그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진 의원은 중부세가 인별 과세 세목이므로 전체 인구수에서 내는 사람 수의 비율을 말하는 게 정확하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종부세가 사실상 가구원 전체에 부담을 주는 세금이라는 점을 애써 무시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납세자 한 명이 여러 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진 의원의 주장은 분수 계산시 특정 결과를 얻기 위해 분자와 분모를 살짝 바꾼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럴 땐 분자들(납세 대상자 및 납세 대상 주택) 간 수치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분모들(전체 인구 및 전체 주택) 간 차이는 매우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진 의원은 그 점 또한 간과했다.

진 의원이나 김태년 전 원내대표의 1.3% 주장이 영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통계의 정의나 통계분석의 합목적성 등을 따지자면 진 의원의 주장은 일종의 통계놀음 또는 ‘통계 마사지’에 해당한다고 평가받을 여지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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