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속보치)이 6.4%로 집계됐다. 예상 범위 안의 결과라곤 하지만 그 자체로 놀라운 수치라 할 수 있다.

미국의 6%대 성장에 담긴 의미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의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집계 방식을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미국 정부가 발표하는 분기 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율 방식으로 산출된다. 즉, 해당 분기의 전기 대비 성장세가 1년 내내 이어질 경우 연간 성장률이 그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는 한국이나 중국 정부의 분기 성장 집계 방식과는 크게 다른 개념이다. 한국은 전기 대비,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방식으로 각각 분기 성장률을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은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기저효과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은 알짜배기 성과일 것이란 점이다. 비교 시점이 코로나19로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전년 동기가 아니라 직전 분기였다는 게 그 같은 추론의 논거다. 더구나 미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에도 4.3%의 성장률을 보였었다.

미국 경제가 커질 대로 커져 우리의 십 몇 배 규모를 자랑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올해 1분기 성장 실적은 경이적이라 할 만하다. 실제로 이 정도의 연율 성장은 중국 등처럼 한창 덩치를 키워가는 신흥국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이다. 성장보다는 분배에 더 큰 가치를 두기 마련인 진보 정권에서 이 같은 성장 실적이 나타났다는 점도 이채롭다.

산출 방식의 차이 탓에 미국의 분기 성장률을 굳이 한국과 비교하자면 우리의 경우 연간 성장률을 제시하는 게 보다 합리적일 수 있다. 정부가 내놓은 우리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2%다. 정부는 현재 이 수치를 3%대 중후반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갖게 된다. GDP 규모 기준으로 20조 달러대를 기록 중인 미국과 1조 달러를 갓 넘긴 우리의 성장률이 이처럼 더블 스코어 수준으로 역전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이런 현상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경기 부양 능력의 차이를 꼽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기축통화국이란 장점을 기반으로 국채를 대거 발행하며 경기 부양 정책을 펼쳐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과 2조3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방안 등이 그에 해당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 AFP/연합뉴스]

하지만 이것만으로 1분기의 경이적 성장 실적을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다. 미국 외 주요 선진국은 물론 우리도 미국엔 못 미치지만 나름대로 재정을 쏟아부어가며 경기 살리기에 나섰다는 점이 그 이유다. 우리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다섯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약 81조원을 경제 살리기용으로 추가 투입했다. 초슈퍼급의 본예산 규모까지 고려하면 무리하다 싶을 만큼 재정을 쏟아부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 경제가 최근 들어 과열을 염려할 정도로 활황세를 보이게 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대대적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라 할 수 있다. 백신 접종 확대로 사람들의 활동이 늘면서 서비스업 분야를 중심으로 소비가 늘고, 그로 인해 산업생산과 고용이 연쇄적으로 늘어난 것이 고속 성장을 자극했을 것이란 얘기다.

미국은 지난 21일 기준으로 2억회 분량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미국 인구가 3억3000만여명이니 각각 1회씩 접종했다고 가정한다면 국민 셋 중 두 명이 백신 주사를 맞은 꼴이다. 이는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형성이 경제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란 경제 전문가들의 조언을 충실히 수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세계경제의 키워드는 백신이다. 백신 접종을 서둘러서 최대한 빨리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만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시대의 새로운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미국 경제의 1분기 성적은 그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미국 경제의 가파른 회복은 백신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 사이에서 나타날 부익부 빈익빈을 예고하는 중요한 신호다. 정치적 해석을 배제한 채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되새기며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겠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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