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김기영 기자]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힌 채 좀체로 3200대 다지기 국면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 단계로의 도약 시도가 번번이 무산되면서 장기간 3100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주 증시 역시 주초에 잠시 상승 기미를 보이더니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 주 첫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 가까이 오른 3217.53으로 거래를 마치며 3200대 안착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그 다음날부터 연속 4일 하락세를 보이다가 3147.86으로 한 주를 마감했다.

주된 원인은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나타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었다. 금융 당국은 1년2개월에 걸친 공매도 금지 조치를 3일부터 일부 해제했다. 금지조치 해제 대상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주가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이다.

공매도 재개가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다. 다만, 공매도 재개에 대한 경계심이 해소되는 데는 다소간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수 전문가는 공매도 대상 종목의 수익성에 대한 기대가 강한 만큼 증시 전반에 큰 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과거 경험에 비추어 공매도 재개가 오히려 외국인 자금 유입을 재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가가 박스권내 움직임을 이어가기는 미국 증시도 마찬가지다. 뉴욕증시에서 주가지수는 크게 오르지 못한 채 2주 동안 제한적 움직임을 보였다. 경기 회복 기대 속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덩달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유동성 확대 정책이 차츰 종료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이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각종 지표를 통해 나타나는 미국의 경기 회복세는 주식 투자자들에게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경기 회복은 분명 호재이지만 중앙은행이 완화적 정책을 철회할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다.

미국 증시가 가장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은 테이퍼링(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축소)이다. 이를 통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시중 유동성을 거둬들이기 시작할 경우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열기는 급속히 식어버릴 수 있다. 연준은 현재 매달 1200억 달러(약 135조원)가량의 자산을 매입하고 있다. 그만큼의 현금을 시중에 풀고 있다는 뜻이다.

당장의 걱정거리는 연준이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를 곧 시작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월가에서는 그 같은 논의가 이르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이뤄질지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테이퍼링 논의가 이뤄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증시는 큰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시장은 이번 주 발표될 미국의 경제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핫한 것은 7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될 4월 고용보고서다. 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전문가들의 전망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가폭은 100만명 이상이다. 지난 3월 증가폭(91만)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정도면 연준이 테이퍼링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인 듯하다.

최근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심상찮게 높다는 점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지난 3월 미국의 전년 동기 대비 근원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8%였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이미 2%를 넘어섰다.

경제지표에 대한 관심이 클수록 더욱 주목받는 이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다. 이번 주에도 시장은 그의 발언에 신경을 곤두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의장은 3일 전국지역재투자연합(NCRC) 연례 경제콘퍼런스에 참석해 연설한다.

테이퍼링 논의 가능성과 관련한 단서는 기타 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통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준 위원들의 각종 행사 참여와 그곳에서 나올 발언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공매도 재개 첫날인 3일 코스피지수는 비교적 큰 폭의 등락을 이어가다 전 거래일보다 20.66포인트(0.66%) 내려간 3127.20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19포인트(0.04%) 오른 3149.05에 거래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