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국내 중소기업 과반이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원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상에 동의하는 기업들도 대개는 그 폭이 3% 이내여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는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 10~18일 중소기업 600개를 대상으로 ‘고용애로 실태 및 최저임금 의견 조사’를 실시함으로써 확인된 결과다. 조사 결과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한 기업의 비율은 50.8%였다. 응답 기업의 21.3%는 2~3% 이내, 17.5%는 1% 내외 인상을 요구했다. 최저임금 인하를 요구한 기업도 있었는데 그 비율은 6.3%였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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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을 올릴 경우 대응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28.2%가 신규채용 축소를, 12.8%가 기존인력 감축을 제시했다. 35.2%는 아예 대응 방법이 없다는 답을 내놓았다.

현재의 법정 최저임금 수준(시급 8720원)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58.7%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높다’와 ‘낮다’에 동의한 비율은 각각 35.3%와 6.0%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경영상황이 어떤지를 묻자 68.2%가 악화했다는 답을 내놓았다. 27.0%는 ‘비슷하다’, 4.8%는 ‘호전됐다’고 답했다. 경영과 고용상 어려움이 회복되는데 소요되는 기간에 대해서는 35.0%가 1년 이상 걸릴 것이란 생각을 드러냈다. 16.7%는 장기간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 응답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는 다수의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조사 대상은 300인 이하의 중소기업(제조업 300개, 비제조업 300개)으로 제한됐다.

여기서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조사 대상이 ‘기업’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에 대한 조사 결과가 이 정도라면 보다 영세하고 규모도 작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의 생각은 또 어떨지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조사 주체가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소기업중앙회와 경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이론이 따를 수 있다.

실제로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심의가 본격화되기도 전부터 이번엔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노동계가 정부를 향해 최저임금위원회 소속 공익위원들의 전원 교체를 요구해온 것도 그런 의지의 표명이었다. 노동계의 그 같은 요구는 지난해 최저임금의 소폭(1.5%) 인상을 주도한 공익위원들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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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는 최근 9명으로 구성된 공익위원 중 7명에 대한 재위촉을 단행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정부가 노동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 요구에 호응하지 않을 뜻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즉,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를 낸 것으로 분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최저임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과 2019년 차례로 16.4%, 10.9% 인상됐다.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의 1만원 공약에 맞춰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도록 유도한 결과물들이었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줄이는 등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자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2020년과 2021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연속 3% 이내로 축소된 것도 그런 분위기 탓이었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는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가 이달 중 공익위원 8명의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미리부터 전원 교체를 요구한 것도 그와 무관치 않았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경총의 이번 설문조사는 노동계의 그 같은 움직임에 맞서기 위해 실행됐다고 볼 수 있다. 최저임금 심의가 본격화되기에 앞서 장외에서 신경전에 불을 붙였을 것이란 뜻이다.

지난달 시작된 최저임금위원회의 내년 최저임금 심의는 오는 7월 중순까지 마무리돼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부가 심의 결과를 토대로 오는 8월 5일 법정 시한에 맞춰 내년 최저임금을 고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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