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보궐선거를 통해 시장에 취임한 지 한 달 남짓 만에 서둘러 재개발 관련 규제를 과감히 풀어줄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핵심 목표는 주택 공급 확대다. 재개발을 가로막아온 대못 성격의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2025년까지 13만호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겠다는 것이 오세훈표 규제완화 방안의 골자다. 오 시장은 향후 재건축 규제를 함께 완화해 4년 내에 11만호를 더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개발과 재건축 활성화만으로 2025년까지 24만호의 주택 공급 효과를 얻겠다는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결국 이번 방안엔 재개발부터 활성화시킴으로써 지난 10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서울 지역 주택 공급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오 시장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의 개입 여지가 비교적 큰 재개발로 물꼬를 튼 뒤 민간 재건축으로 주택 공급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뜻이다.

26일 서울시가 밝힌 재개발 관련 규제완화 방안은 크게 6가지로 분류된다. 6대 방안의 골자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공공기획 전면 도입을 통한 정비구역 지정기간 단축 △주민동의율 간소화 및 명확화 △재개발 해제구역 중 노후지역 신규 지정 △2종 일반주거지역 규제 완화 △매년 재개발구역 지정 공모제 시행 등이다.

6대 방안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주거정비지수제 폐지다. 이 제도는 그간 재개발을 막은 대못 규제로 꼽혀왔다. 이를 폐지함으로써 재개발 구역 지정을 원활하게 하려는 게 오 시장의 구상인 듯하다.

2015년 전임 시장 재임시 도입된 이 제도는 주민 동의율과 건축물의 노후도 등을 일일이 점수화한 뒤 100점 만점에 70점 이상을 얻어야 사업신청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제도 도입 이후 서울에서는 재개발 신규 지정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실상 재개발을 막는 최대 걸림돌이었던 셈이다.

이 제도가 폐지되면 최소한의 법적 요건만으로 곳곳에서 재개발 지정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최소한의 요건은 필수항목(노후도 연면적 3분의2 이상, 구역면적 1만㎡ 이상)과 선택항목(노후도 연면적 3분의 2 이상, 주택접도율 40%, 과소필지 40%, 호수밀도 ㏊당 60가구) 중 1개 이상 충족이다.

오 시장은 이날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현재 재개발이 필요한 서울 시내 노후 저층주거지 중 법적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곳이 약 50%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에 주거정비지수제를 적용하면 재개발 지정 가능 지역은 14%로 크게 축소된다고 밝혔다. 지수제 하나만 풀어도 많은 지역에서 재개발이 진행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공공기획 도입도 관심을 모으는 방안으로 꼽힌다. 이는 사전 타당성 조사부터 정비계획 수립까지의 단계를 서울시가 주도함으로써 재개발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한편 공공성까지 확보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 방식을 도입하면 기존에 자치구가 맡아 사업을 진행할 때에 비해 기간을 3분의 1 수준(14개월)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주민제안과 사전 검토(6개월→4개월), 법정 절차(12개월→6개월)에 소요되는 기간이 함께 줄어들면 정비구역 지정 기간이 기존 5년에서 2년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래픽 = 서울시 제공]
[그래픽 = 서울시 제공]

나아가 주민 동의율 확인 절차가 간소화돼 종전 3단계에서 2단계로 줄어든다. 그러나 주민 제안 단계에서의 동의율은 기존 10%에서 30%로 높아진다. 이는 재개발을 두고 나타날 주민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정비계획 지정 단계에서의 주민 동의율(3분의 2 이상)도 그대로 유지된다.

재개발 해제구역 중 노후화 또는 슬럼화로 환경개선이 필요한 곳에 대해서는 주민 합의 하에 신규 구역 지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시는 해제지역 316곳 중 절반 이상이 이 방안을 통해 재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종 일반 주거지역 중 난개발 우려 등으로 인해 층고 제한(7층)을 받아온 지역에 대해서는 정비구역 지정을 통해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다. 즉, 해당 지역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2종 일반 주거지역 수준으로 용적률(기준 190%, 허용 200%)을 적용받아 25층까지 높이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시의회에서의 조례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끝으로 시는 매년 재개발 구역 지정 공모를 시행해 새로운 재개발 가능 지역을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

재개발 활성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투기 행위를 막을 방안도 공개됐다. 우선 후보지 공모일을 주택 분양권리 산정 기준일로 고시함으로써 그 이후의 투기를 막기로 했다. 후보지 선정 이후엔 비경제적 신축행위를 제한하면서, 동시에 실소유자만 거래가 가능케 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지분 쪼개기와 투기 등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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