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발표된 오세훈표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이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중앙정부가 20번 넘게 제시한 부동산 대책과는 기본방향이 다르다는 점이 그 배경이다. 서울시장에 취임한지 한 달 남짓 만에 나온 이번 오세훈표 대책은 공급에 방점을 찍고 있다.

물론 정부가 쏟아낸 대책 중에도 올해 나온 2·4대책처럼 공급에 주안점을 둔 것이 있긴 하다. 하지만 방식이 공공주도라는 점, 추진의 주된 목적이 공공주택 보급이라는 점 등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비록 일반분양 물량 확대라는 당근을 제시하긴 했지만 호응도는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개발 예정지 투기 사건까지 불거져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마저 크게 훼손됐다.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 = 연합뉴스]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 = 연합뉴스]

오세훈표 대책의 골자는 규제의 대못을 뽑아 재개발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서울 시내의 노후화·슬럼화된 지역을 주민들의 요구대로 고밀도 아파트 단지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사업성격과 관련해서는 공공주도가 아니라 민간 재개발이란 점이 특징적이다. 지자체가 개입함으로써 공공기획 성격을 띠지만 공공의 개입은 거기까지다. 재개발 시행자는 LH 같은 공공기관이 아니라 민간이라는 뜻이다.

서울시의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은 양질의 신축 민간 아파트에 살고 싶어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해 그에 맞는 주택을 최대한 공급한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는 “공공임대주택에 평생 살라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는가?”라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솔직한 반문과도 맥이 통한다.

민간 재개발을 추진하되 기획을 공공 주도로 해 단계를 간소화하고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2025년까지 재개발만으로 서울시내에 신축 주택 13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 무모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방안은 서울지역 내 균형발전이란 명분에도 부합한다. 재개발 수요가 많은 곳이 서울 북부 또는 서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 까닭에 이번 대책의 수혜지역에서 강남권은 자연스레 빠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재개발 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재건축은 우선 순위에서 일단 뒤로 미루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개발 사업으로 주택 공급의 물꼬를 튼 뒤 재건축에도 속도를 내 4년 내에 11만호를 추가 공급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복안이다.

이렇게 해서 서울 시내에 4년 안에 24만호를 공급하겠다는 이번 방안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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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번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공급 확대에 맞춰져 있음을 확실히 전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방향성 제시는 제2, 제3의 주택 공급확대 방안의 출현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 선회를 자극하는 효과까지 내줄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정부 역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재임 막판에 제시된 24번째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정책방향을 공급 쪽으로 뚜렷이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만약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호흡을 맞춰 공급 확대 시너지를 낸다면 시장에 주는 메시지는 보다 확실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민간 시행이 여의치 않은 곳의 경우 공공기관이 시행자로 참여해 재개발을 주도한다면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번 오세훈표 재개발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는 중앙정부도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서울시 방안이 공공기획 성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주도 재개발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간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재개발 활성화 방안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계해야 할 점도 있다. 재개발 예상 지역들에서 부동산 가격이 들썩거리면서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달아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서울시가 몇 가지 대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보다 촘촘하고 즉각적인 방안이 준비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시가 중앙정부 및 국회와 수시로 대화하면서 행정·입법권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 같은 공조를 통해 투기를 억제하면서 공급 확대에 대한 확실하고도 꾸준한 신호를 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시장 안정화 효과를 얻게 되리라 기대된다. 심리는 공급 못지않게 중요한 부동산 시장의 변수이기 때문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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