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물가라 할 수 있는 생활물가가 무섭게 오르고 있다. 특히 가계가 매일 실감하는 농수축산물 가격의 오름세는 장기간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식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외식비 오름세와 국제유가의 영향 등에 의한 교통비 상승세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관리 당국이 주로 활용하는 물가지표에 비해 생활물가가 더 가파르게 상승함에 따라 생활비 지출 증가로 인한 소비자들의 고통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07.46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2.6%나 상승한 수치다. 이는 2012년 4월(2.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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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소비자물가는 다달이 상승폭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월별 상승률은 .1월 0.6%, 2월 1.1%, 3월 1.5%, 4월 2.3% 등이었다.

5월의 경우 품목성질별로는 상품이 4.0%, 서비스가 1.5% 상승했다. 상품 중에서도 상승세가 돋보인 것이 12.1%로 집계된 농축수산물이었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은 작황 부진과 조류독감(AI) 유행이었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을 주도한 것은 농산물이었다.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6.6%나 올라갔다.

장바구니 물가의 상승세는 특히나 파값의 고공행진에 의해 더욱 실감나게 느껴졌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의 전년 동월 대비 파값 상승률은 130%나 됐다. 전달(270%)에 비해서는 상승세가 꺾였다지만 파값은 여전히 밥상물가를 올리는 주범으로 남아 있다.

축산물 및 수산물 가격은 각각 10.2%, 0.5% 상승했다. 달걀은 AI의 영향 탓에 45.4% 치솟았다. 달걀 값은 정부가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사과(60.3%)와 마늘(53.0%), 배(52.1%), 고춧가루(35.3%), 상추(22.0%), 오이(21.9%)는 물론 국산쇠고기(9.4%), 돼지고기(6.8%), 닭고기(6.3%)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상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업제품 가격도 3.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5월(3.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석유류의 경우 비교 시점인 지난해 5월 중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락한 까닭에 상승폭 확대가 두드러졌다. 기저효과 탓에 상승률이 23.3%까지 치솟은 것이다.

상품 분야에서 전기·수도·가스(-4.8%)는 유일하게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가중치가 워낙 낮아 전체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서비스 물가는 전년보다 1.5% 올라갔다. 서비스 물가 상승을 이끈 것은 개인서비스(2.5%)와 집세(1.3%)였다. 개인서비스 가운데 외식물가는 2.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집세 상승률은 2017년 11월(1.4%)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공공서비스 물가는 0.7% 하락했다. 무상교육 확대 등 정책적 효과가 작용한 덕분이었다.

지출목적으로 분류해 살펴보면 교통물가 상승률이 9.2%를 기록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식료품·비주류음료는 7.4%, 음식·숙박은 2.0% 상승률을 기록했다. 통신과 교육은 각각 2.1%, 0.8% 하락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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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 물가로서 물가관리 당국이 중요하게 다루는 근원물가(농산물, 석유류 제외)는 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9월의 1.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체감지표로 쓰이는 생활물가는 3.3%까지 상승했다. 2017년 8월의 3.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신선식품지수는 13% 올랐다.

이 같은 소비자물가 상승세에 대해 통계청의 어윤선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인상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완화된 결과”라며 “농축수산물 가격도 햇상품 출하 및 조류독감의 부정적 영향이 줄어들면서 오름세가 돈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하반기에 들어서면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덧붙였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의 물가흐름이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란 입장을 드러냈다. 나아가 하반기엔 소비자물가가 2% 안팎으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생활물가 상승에 대해서는 정부도 마냥 느긋한 입장을 보일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장바구니 물가가 비상상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이날 서울청사에서 이억원 기획재정부 차관 주재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이달 중 달걀 수입물량을 5000만개 이상으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지난 두 달에 걸쳐 매달 4000만개씩 수입량을 유지했지만 공급부족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서이다.

이와 함께 이달 말 종료하기로 했던 긴급할당관세 지원 조치도 6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달걀과 달걀 가공품 7종에 대한 기본세율은 기존 8~30%에서 0%로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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