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올해 1~4월 걷힌 국세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3조원 늘어났다. 정부는 이를 두고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인한 국채수급 불확실성이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나타냈다. 기획재정부는 이미 적자국채 발행 없이 올해 2차 추경을 편성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제 그 같은 방침을 뒷받침할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볼 여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8일 기재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6월호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 걷힌 국세는 133조4000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32조7000억원이 더 걷혔다. 이로써 여권의 확장적 재정운용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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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여권은 올들어 더 걷힌 국세 수입을 활용해 재정 투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확장적 재정정책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화답하듯 더불어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재정 여력을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더 걷힌 세수를 정부가 지니고 있으면 오히려 경제회복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이 그 논거였다.

하지만 반론이 만만치 않다. 재정 운용에 여력이 생겼다면 나랏빚을 갚는 일에 추경보다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는 국가재정법에도 명시돼 있는 내용이다. 국가재정법 90조는 국세수입 초과 등으로 생긴 세계잉여금 사용 순위에서 추경을 국가채무 상환보다 후순위에 두고 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올해 우리의 국가채무 전망치(1차 추경 기준)는 965조9000억원이다. 전망치대로라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늘어난 국가채무만 올해 말 기준 최소 300조 이상이다. 이전 정권까지 누대에 걸쳐 쌓여온 국가채무(660조원)의 절반가량을 불과 4년여 사이에 추가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기재부도 이미 2차 추경 편성 움직임에 동조함으로써 사실상 청와대와 여당의 재난지원금 지급 요구를 받아들였다. 정치권에서는 재난지원금 지급 등을 포함하는 2차 추경 규모가 30조 안팎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가 아직은 선별지원을 선호하는 듯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지만 여당의 일괄지원 방안을 끝까지 거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또 하나 지적할 점은 1~4월 국세수입 증가에는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경기가 지난해의 심각한 침체 국면에서 회복되다 보니 기저효과가 크게 나타난 결과라는 점이 핵심이다. 그러다 보니 비정상의 정상화 국면을 엄청난 호황인양 자랑하며 거듭 돈풀기에 나서는 것은 잘못이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울려 나왔다.

때마침 전세계적으로 금리인상 기미가 싹트고 있는 현실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많다. 한국은행도 최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경제 상황 전개에 따라 미국보다 우리가 먼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인플레 압력이 만만치 않게 커져 있음을 말해준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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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2차 추경 이후 연내에 금리인상이 이뤄진다면 한쪽에서는 돈을 풀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돈줄을 죄는 모순된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럴 경우 한은의 통화정책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이는 곧 시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세수입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는 법인세(+8조2000억원)와 부가가치세(+4조9000억원), 양도소득세(+3조9000억원), 증권거래세(+2조원) 등이 크게 늘어난데 기인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망에 따른 상속세(2조원)도 국세 수입 확대에 기여했다.

이밖에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은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연기됐다가 1년 뒤인 올해 1~4월에야 납부된 세금이다. 그 규모가 8조8000억원이다. 이 같은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올해 1~4월 걷힌 국세는 1년 전보다 23조9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다.

국세 수입 외에 세외수입과 기금수입도 각각 늘어 1~4월 총수입은 217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에 비하면 51조3000억원 늘었다.

세수 호조 덕분에 재정운용 적자폭은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1~4월 통합재정수지는 16조3000억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하면 27조원 개선된 결과다. 정부의 살림살이 솜씨를 직접 드러내주는 관리재정수지 역시 1년 전보다 16조1000억원 개선된 40조4000억원 적자로 기록됐다.

4월 기준 국가채무 잔액은 880조4000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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