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조근우 기자]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전기차를 운전하다 ‘급발진’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이에 브레이크부터 배터리까지 계속해서 제기됐던 현대차 코나EV의 안전성 문제가 또다시 불거졌다.

◇네번이나 죽을 뻔했는데 운전자 탓?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네번이나 죽을 뻔한 저희 아빠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자신의 아버지가 ‘40년 무사고에 경찰청장 표창장까지 받은 30년 경력의 개인택시 기사’라고 밝혔다.

청원인은 게시글에 최근 일어난 급발진 의심 사고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사고는 지난달 30일 대구 만촌네거리에서 무열로로 진입하며 벌어졌다. 당시 차량에는 청원인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타고 있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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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인에 따르면 전기차 급발진 의심 사고는 2019년 10월부터 계속해 발생했다. 청원인은 “20개월 동안 네차례나 급발진을 겪었다”며 “아빠는 네번이나 차에서 돌아가실 뻔했지만 사측은 모두 저희 아빠 때문이라고 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공개한 영상을 보면 문제의 차량이 갑자기 굉음을 내며 달린다. 운전자인 청원인의 아버지는 “브레이크가 안 된다”며 차를 세우기 위해 우측 인도 경계석을 들이받았다. 차량은 1.5㎞를 질주한 뒤 도로 가로등을 들이받고서야 겨우 멈췄다.

국내에서 전기차 급발진이 최종적으로 인정된 사례는 아직 없다. 수입차 사고 한 건만 항소심에서 급발진을 인정받아 대법원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주의 동의가 없어 사고기록장치 등을 분석하지 못해 급발진 여부를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처음이 아닌 코나EV 브레이크 문제… 이미 리콜도 진행

코나EV의 브레이크 문제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는 코나EV를 포함한 국내외 제조사의 자동차 47종 8만2657대에서 제작 결함이 발견됐다며 시정조치(리콜)를 명령했다. 리콜 대상 자동차 중 3만2243대가 코나EV였다.

코나EV가 리콜 대상에 포함된 이유는 통합형 전동식 브레이크 결함이었다. 기아차 쏘울EV도 같은 이유로 리콜 명령을 받았다. 이들 차량은 브레이크 시스템의 이상으로 인해 브레이크 경고등 점등 때 페달이 무거워지는 현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러나 리콜 이후에도 코나EV 차량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제보가 전기차 커뮤니티에서 이어지기도 했다. 이중에는 이미 브레이크 문제로 리콜을 받았는데 두 달 만에 또 다시 브레이크에 문제가 생겨 작동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나EV 차량의 브레이크 결함 신고는 최근 3년간 19건이나 된다.

◇현대차의 아픈 손가락이 될까? 배터리 화재 문제까지

코나EV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코나EV는 배터리 화재로도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사용된 차량들에 대해 리콜결정을 내렸다. 당시 현대차는 화재 원인이 배터리 제조과정에서의 문제라고 밝혔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의 고전압 배터리 시스템(BSA)이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권장하는 배터리 ‘안전마진’을 지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안전마진은 배터리의 안정적 충·방전 성능 유지, 수명 확보를 위해 충전과 방전 각각의 일부 구간을 일부러 사용하지 않고 남겨두는 일종의 ‘안전 확보 구간’을 말한다. 여기에다 추가로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통해 배터리 충전율(SOC)을 제한하는 등 설정 조건에서 한 번 더 안전마진을 확보하는 것도 업계의 일반 관행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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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8~12%의 ‘안전마진’을 두고 전기차를 운용한다. 테슬라의 모델3(롱레인지 트림 기준)가 실제 80㎾h의 배터리를 장착하고 외부에는 75㎾h로 용량을 공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모델3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80만대 이상 팔린 모델3의 경우 지난해까지 충돌로 인한 사고를 제외한 배터리 화재사고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 코나EV는 배터리 안전마진이 최대 3% 수준에 불과했다. 코나EV의 실제 배터리 장착 용량은 64㎾h로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배터리의 운용 범위는 97~98%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현대차가 부족한 전기차 제조기술로 주행거리에 욕심을 내다보니 배터리에 손상이 발생한 것을 배터리 결함이라고 탓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9년 오스트리아 레온슈타인에서 주행 중인 코나EV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 밝혀졌다. 유럽형 코나EV에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식적으로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현대차와 리콜 비용 분담 비율을 3 대 7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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