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가장 뜨거운 글로벌 경제이슈는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다. 세계인의 관심은 미국이 언제쯤 제로금리 시대에 작별을 고할지에 모아져 있다. 미국은 지금까지 장기간에 걸쳐 사실상의 제로금리인 0.00~0.25%의 정책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이 조만간 비둘기의 면모를 털어내고 매의 발톱을 드러내리라 예상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들도 그 같은 분위기를 의식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거나,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7일자(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금리정책 변화 조짐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이미 금리인상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다. 신문은 러시아, 브라질, 터키 등을 사례국으로 꼽았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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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미국경제의 빠른 회복세는 각국 중앙은행들로 하여금 금리인상을 심각히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위상과 비중을 생각할 때 미국경제의 급격한 성장은 세계 각국의 경제정책 흐름을 긴축 쪽으로 바꾸는 작용을 할 수밖에 없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최근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로 높여잡았다. 과열이란 우려를 표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수치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나 상승했다는 점도 예사롭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누가 봐도 중앙은행이 냉각 수단의 동원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미국경제 회복이 몰고 올 여파 중 대표적인 것이 인플레이션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유가 등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이 연쇄적·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 각국 중앙은행은 앞다퉈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된다. 심지어 우리나라처럼 아직 실물경제가 온전히 회복되지 못한 곳에서도 금리인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지가 되고 만다.

달러화 강세와 그에 따른 각국 화폐가치의 급격한 하락도 미국 경제회복이 가져다줄 부작용 중 하나다.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각국 중앙은행은 서둘러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치솟는 물가와 자국화폐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막을 다른 대안이 딱히 없는 탓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쪽은 부채를 많이 짊어진 기업이나 개인이다. 기업 중에서는 중소기업, 개인 중에서는 저소득층이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도 문제다. 우리의 경우 정부와 기업, 가계 등 거의 모든 경제주체가 심각한 빚더미 위에 올라타 있다. 정부야 증세로 당장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기업이나 개인은 그럴 형편조차 못 된다.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지면 그냥 무너질 수도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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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자 부담 증가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줄여 그러지 않아도 회복 기미가 미약한 소비를 위축시키고 결국 내수 전반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내 가계부채는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1765조원에 이르렀다. 이런 상태에서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폭탄이 터진 듯 곳곳에서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대안은 하나, 정부 당국이 미리미리 시대 흐름에 발맞춰 적절히 준비태세를 갖추는 것뿐이다. 가계대출 관리를 보다 엄격히 하는 한편 변동금리 계약을 한 채무자 각자가 서둘러 고정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안내·지원하는 정책도 적극적으로 행사할 필요가 있다.

하지 않아야 할 일을 가려내 자제하는 것도 정부에 주어진 중요한 임무다. 그 첫 번째가 확장적 재정정책의 점진적 철회다. 그러지 않아도 한국은행은 최근 들어 금리 인상 메시지를 연이어 발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한은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올릴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미국보다 우리가 먼저, 조만간 두 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까지 제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여당은 여전히 돈풀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세수가 예상 외로 늘었다는 이유로 또 한 번 수십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돈뿌리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향후 단행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마저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권이야 인심을 얻어 지지율을 높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국가경제는 엉망이 될게 뻔하다.

정부·여당이 할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 시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엄격히 금하는 것도 미덕이 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점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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