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기자] 국내외 증시에서 신중한 투자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시장에 예방주사를 놓듯 긴축정책 철회 기미를 조심스레 흘리고 있는 점이 그 배경이다. 분위기가 심상찮은 탓에 미국과 국내 증시에서는 지수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연준은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각) 이틀간의 통화정책 회의를 마치면서 테이퍼링에 대한 내부 논의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머지않아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서서히 양적완화 조치를 철회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나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관련 발언은 시장에 미리 대비하라는 구체적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같은 날 공개된 점도표는 연준의 출구전략 준비에 대한 보다 구체적 신호를 담고 있었다. 다수의 연준 위원들은 내후년까지 두 차례 이상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란 전망을 제시했다.

이 같은 내용들이 공개되자 증시는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뉴욕증시에서 이틀간 주요지수들이 혼조세를 보이거나 하락했고 그 같은 현상은 곧 국내증시로 전이됐다.

연준이 발한 구체적 신호에 국내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들은 순매도 전환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다 구체화된 연준의 입장변화 신호에 미국의 시장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급상승한 것도 외국인의 순매도 전환에 일조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시장금리 흐름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특징은 단기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10년물 등 장기국채 금리는 오히려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들 두고 플래트닝(flattening)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플래트닝은 단기물 금리가 올라가고 장기물 금리가 하락하면서 둘 사이의 금리차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금리인상기에 나타나는 특징적 현상이다. 단기물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기대에 의해 상승하고, 장기물 금리는 긴축적 통화정책이 장기적으로 경기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에 의해 하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준의 정책변화 신호는 22일 파월 의장의 발언을 통해 한 번 더 나타날 수도 있다. 물론 지난주 있었던 자신의 테이퍼링 관련 발언으로 시장이 혼조세를 보인 점을 고려해 불안감을 달래는 발언이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발언 내용이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시장은 다시 한 번 그의 입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 하원에 출석해 ‘팬데믹과 경제’라는 주제에 대해 발언한다.

오는 25일 발표될 미국의 5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은 올해 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3.5%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이 지수 상승률이 내년에는 2.1%로 내려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경제상황 흐름은 크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를 포함한 세계 주요국들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도 경기 민감주 또는 소비 관련주의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덩달아 강해지고 있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 곳곳에서 유행하면서 감염자 수가 다시 증가할 위험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대만의 코로나19 확산세 심화로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점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그간 코로나19 청정국가로 부러움을 샀던 대만에서는 최근 들어 방역망이 뚫리면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21일 현재 누적 기준으로 확진자는 1만5000명, 사망자는 600명을 넘보고 있다.

21일 코스피시장에서는 지수가 전장보다 3.75포인트(0.11%) 낮은 3264.18을 기록한 가운데 거래가 시작됐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결국 전 거래일 종가보다 27.14포인트(0.83%) 떨어진 3240.79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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