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정부와 여당이 29일 올해 두 번째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다는데 합의했다. 추경 규모는 33조원이다. 여기에 기정예산(이미 확정된 예산) 3조원이 보태져 총 규모는 36조원에 이르게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아홉 번째, 올 들어 두 번째인 이번 추경은 그 규모도 역대급이다. 특히 세출증액 기준으로 치면 역대 최대다. 이번 추경은 추가 세수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만큼 국채 상환분 2조원을 제외한 나머지가 세출증액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 추경 규모로 따져도 기정예산을 더한 수치로 치면 역대 최대에 해당한다. 지금까지의 최대 기록은 지난해 3차추경(35조1000억원)이 지니고 있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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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3종 패키지 지원금(15조~16조원)이다. 3종 패키지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과 소상공인 피해지원 등 5차 재난지원금, 상생소비 지원금 등 세 종류를 의미한다. 3종 패키지 외 나머지 세부 내용은 지역경제 활성화 용도의 지방재정 보강용 12조~13조원, 백신방역 보강용 4조~5조원, 고용 및 민생안정 지원용 2조~3조원 등이다.

국민적 관심이 큰 5차 재난지원금은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이란 이름으로 소득 하위 80% 해당자에게 지급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전국민 지원을 주장했지만 정부는 하위 70% 지급안으로 맞섰고, 결국 절충안이 도출됐다. 여당은 100% 지급안을 양보하는 대신 가구별이 아닌 개인별 지급이라는 방안을 관철시켰다.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소득 하위 80%로 결정된 것과 관련, 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지급 대상을 가릴 소득 기준선이) 대략 1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인당 받는 금액은 이미 보도된 대로 25만원이나 30만원 수준이 될 것이라 귀띔했다. 그는 또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누릴 캐시백 지원액은 1인당 최대 30만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정은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등을 포함하는 저소득층 300만명에 대해 추가로 일정 금액을 지원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영업 피해와 관련된 희망회복복지자금은 소상공인과 소규모 기업 113만 곳에 지원된다.

3종 패키지와 관련, 박완주 의장은 “폐업 소상공인에 대한 구조전환 지원 등 총 5조원 이상의 재도약지원 패키지 예산을 추경안에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캐시백 제도 지원용으로는 1조원 남짓이 배정된다.

초과 세수는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적으로 써야 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당정은 채무상환에도 일정액을 할당했다. 국가재정법은 초과 세수 발생시 그 돈을 추경보다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규정대로라면 올해 발생한 초과 세수는 모두 채무 상환에 먼저 투입돼야 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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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정법 규정에 어긋나는 추경 편성이지만 이번 추경으로 인한 국채 발행이 없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추경을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추경 필요성 주장 못지않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의 이번 결정은 적극적인 내수 진작을 펼쳐 올해 성장률을 4.2%까지 끌어올린다는 내용의 2021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맥을 같이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격차 및 불평등 확대를 축소시킨다는 것도 추경 편성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 추경안은 전국민 지원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지적을 받을 만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3종 현금지원 캐시백 등 전국민 지원에 많은 금액이 할당된 것이 그 근거다. 그만큼 핀셋 지원 성격은 희미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달아오르기 시작한 경기를 자극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내수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나온다.

추경에 의한 재정 지출 확대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엇박자를 낼 것이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는 이에 대해 ‘폴리시 믹스’(Policy Mix)를 거론하며 한은과 정부가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용도가 똑같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재정정책이 소득불균형 해소에 주안점을 둘 때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통화정책이 금융불안정 해소를 위해, 재정정책이 소득불균형 완화를 위해 각자의 역할을 이행할 경우라야 조화에 의한 소기의 정책목표 달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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