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주택 가격 상승세가 줄기차게 이어지자 거품 붕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집값의 하락 위험성을 경고한데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비슷한 주장을 펼치며 그런 흐름에 가세했다.

집값 거품 논란은 미국 등에서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확장적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이 장기간 병행되면서 나타난 현상들이다. 이는 끊이지 않는 인플레이션 압력 증대 논란과도 무관치 않다.

지금의 집값 거품 논란은 한국은행에 의해 본격적으로 촉발됐다는 점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전에도 부동산 정책 당국자가 ‘영끌’을 비판하며 집값 하락을 경고했던 적이 있지만 그것과는 유가 다르다. 당시 시장은 정부의 주장을 정책목표 달성을 위한 엄포 정도로 받아들였고, 결국 시장의 판단이 옳았음이 입증됐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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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한국은행은 금융불균형을 거듭 경고하면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주열 총재는 기준금리를 한 두 차례 올린다 하더라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일 것이란 입장을 드러냈다.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0.50% 포인트 올라간다 해도 결코 긴축적 상황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지금의 금리 수준이 비정상적으로 낮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한국은행의 금융불균형 강조는 현재 부동산과 주식, 채권 등 자산가치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품이 일시에 꺼지기 전에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서히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시각인 듯하다.

직접 지목하진 않았지만 한국은행이 특히 금융불균형의 주범으로 여기는 대상은 부동산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분석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현 정부 들어서만 90% 이상 상승했다. 집값 상승세는 이달 들어서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국내총생산(GDP)이나 시민들의 연소득 수준, 기타 자산 가치 등을 고려할 때 집값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은도 지난 22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가 대내외적 요인에 의해 충격을 받을 경우 집값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주택가격 하방 리스크가 작년 1분기 이후 더 확대됐다고 분석하면서 그 원인으로 누적된 신용 레버리지를 꼽았다. 한마디로 말해 차입에 의한 자산투자가 과도하게 많아졌다는 얘기다. 그런 맥락에서 집값과 신용 규모가 실물경제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커지지 않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 조치가 곧 기준금리 인상이다.

한은 보고서는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시장 현황을 분석한 결과 시장 전반에 걸쳐 위험선호 성향이 강화돼 있고, 일부 자산은 고평가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집값의 경우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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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지난 10일 발표한 통화정책신용 보고서를 통해서도 가계부채 증가와 자산시장 버블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 현상을 금융불균형의 주범들로 지목한 것이다.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세는 아직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은이 수일 전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는 소비자심리지수와 함께 주택가격전망지수가 이달 들어서도 상승했음을 보여주었다. 자료에 따르면 이달의 소비자심리지수와 주택가격전망지수는 각각 110.3과 127을 나타냈다. 전달에 비해 각각 5.1포인트와 3포인트 높아졌다. 두 지수 모두 100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주택심리지수가 기준치 이상이라는 것은 집값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현상을 의식한 듯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과도한 레버리지가 집값 하락을 이끌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를 거론하면서 한 말이었다. 그는 또 새달 1일부터 시행되는 대출자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등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상기시켰다. 집값 하락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어 올해 입주물량이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강남 지역 등에서의 정비사업 이주 수요도 하반기부터는 크게 감소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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