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이 다시 시작되면서 국민들이 또 한 번 고통스러운 시간을 맞이하게 됐다. 정부는 다음 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4단계로 격상시킨다고 9일 발표했다. 기간은 일단 2주로 잡았다. 김부겸 총리는 이 같은 정부 결정을 발표하면서 이날부터 사적 모임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4단계가 시행되면 저녁 6시 이후엔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된다.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됨에 따라 취해졌다. 영국발 알파 변이보다도 전파력이 배나 강하다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행이 4차 대유행의 직접적 원인이다. 여기에 백신 보릿고개까지 맞닥뜨렸다. 그 결과 100만건을 넘보던 일일 1차 접종자 수가 이달 들어 0명을 기록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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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 변이의 위력은 이미 영국 등 유럽국들의 사례를 통해 충분히 학습할 수 있었다. 외신 보도들에 따르면 델타 변이는 유럽 각국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대략 한 주 만에 두 배 정도로 감염자 비율을 높일 만큼 강한 전파력을 보였다. 곧 4차 대유행이 시작될 것이란 경고들도 현지 전문가들로부터 나왔었다.

그런 보도들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우리 정부는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았다. 방역 강화를 주장하는 질병관리청의 목소리엔 귀를 막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공개적으로 “국내 감염병 통제 상태는 안정적”이라고 공언했다. 정부의 무모한 자신감은 1차 접종자 야외 노마스크 허용, 수도권에서의 4인 이내 모임 규제 완화 등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5부 요인과 오찬을 하면서 한국의 방역역량에 대해 또 자랑을 늘어놓았다. G7 회담 참석 및 유럽 순방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 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그날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794명으로 급등했다. 하루 전보다 200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였다. 그로 인해 정부는 결국 수도권에 대해 취하기로 했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방안을 시행 8시간 전에 부랴부랴 철회했다.

정부의 그릇된 메시지 탓에 지난달 30일 오후까지만 해도 수도권 시민들은 이달 1일부터 6인까지는 식사모임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곧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긴장감은 자연스레 풀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바이러스는 여보란 듯 빈틈을 파고들었다. 국내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9일 현재까지 사흘 연속 네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7일 1200명대로 올라선 뒤엔 이틀 연속 신기록 행진까지 이어가고 있다. 9일(0시 기준) 확진자수는 1316명으로 증가했다. 불과 일주일 전에 비해 일일 확진자 수가 두 배 수준으로 급등한 것이다.

이미 세 차례나 경험했듯이 한 번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은 일정 기간 동안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에야 조금씩 사그라드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금의 흐름도 8월 초까지는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전망이다. 더구나 이번 대유행은 그 정점이 이전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란 점에서 각별한 긴장을 낳고 있다. 이는 대유행 시작 시점의 일일 확진자 수가 이전보다 월등히 많다는 것과 연관돼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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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행 자체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정부의 거듭된 오판과 자만이다. 특히 심각한 것이 대통령의 신중치 못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이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말하자 3차 대유행이 닥쳤고, 5부 요인들에게 방역 역량을 자랑하자 곧바로 4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이러고도 청와대와 정부의 방역 정책 및 역량에 대한 신뢰를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더 기막힌 건 그래놓고도 일이 틀어지자 맥락 없이 국민들만 다그치려 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문 대통령은 최근 감염병 사태가 악화일로를 달리자 방역지침 위반시 무관용 원칙을 강력히 적용할 것을 지시했다. 대유행 재발 사태가 정부의 오판이 아니라 국민들의 비협조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의 발로라는 의심을 갖게 할 만한 발언이었다.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국민들의 방역 협조를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2030이 신규 감염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며 그들의 협조 필요성을 강조하자 당장 반발 기류가 형성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비판적 여론을 읽었는지 김부겸 총리는 최근 젊은층을 향해 증상이 없더라도 진단 검사에 적극 응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고 있다. 국회 발언과 기자 브리핑을 통해 거푸 현 사태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가 선행되지 않아 아쉬움을 느끼던 차에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국민이 아닌 정부의 자성과 새로운 각오의 다짐이다. 국민의 협조는 그 다음의 일이다. 그게 순리다. 그런 순리를 따를 때라야 국민들의 협조도 보다 적극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 국민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주범이 아니라 그릇된 방역 정책의 희생자들일 뿐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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