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기존치보다 0.2%포인트 낮춰 2.3%로 재조정한 것이다. 우리로서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강력한 경고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 경제가 급격한 물가상승 등 무리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을 의미한다. 결국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가용자원에는 인적·물적 자원이 망라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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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떨어지면 우리가 최대한의 노력을 효율적으로 펼치더라도 그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그렇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미국이나 중국 등 강대국과의 격차 축소는 고사하고 우리보다 경제력이 약한 후발 신흥국들에게 추월당할 위험성을 안게 됐다고 말할 수 있다.

더구나 우리는 지난 수년 동안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성장률을 경험해왔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2013년 이후 줄곧 마이너스 GDP갭을 보여왔다. 실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 7년째 벌어졌다는 얘기다.

이런 흐름을 감안하면 우리는 앞으로 2.3% 수준의 성장률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추론이 가능해진다. 생각만 해도 암울해진다.

사실 한국의 잠재성장률에 대한 피치의 분석은 한국은행의 추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가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을 뿐 특별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뜻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해 10월 한국의 잠재성장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기존 추정치였던 2%대 중반보다 더 낮아졌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추정의 근거는 우리 경제가 근래 들어 2% 성장도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이었다. 한국 경제는 문재인 정부 취임 연도인 2017년에 3.2%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이듬해부터 눈에 띌 정도로 성장률이 저하되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후의 연도별 성장률은 2.7%, 2.0% 등이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닥치는 바람에 -0.9%라는 역성장 기록을 남겼다.

피치가 이번에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하향조정한 결정적 이유는 고령 인구의 빠른 증가였다. 고령 인구 증가는 2010년대 들어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고령 인구가 늘면 상대적으로 그들을 부양해야 할 인구 비중이 감소하게 되고, 결국 국가 차원에서 지출 압력이 커지게 된다. 그 같은 상황에서는 재정건전성이 유지되기 어려워지고 필요시 재정을 통한 위기 극복도 그만큼 어려워진다. 우리가 다른 선진국들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정한 뒤 재정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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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인구의 급증이 없더라도 국가 경제 규모가 커지면 잠재성장률은 점차 축소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커질대로 커진 경제가 덩치를 더 키우는 데는 여러 한계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먼 입장에 있다. 전체 경제규모나 1인당 GDP 등을 따져볼 때 아직 잰 걸음을 멈추기엔 너무나 이르다고 할 수 있다.

잠재성장률을 키우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다. 출산 장려에 보다 많은 정책노력을 기울이면서 다가올 초고령 사회에 대비해 최대한 재정건전성을 강화시키는 것이 정답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은 국가채무의 엄격한 관리일 것이다.

피치도 한국의 고령 인구 급증이 재정 운용상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의 재정준칙 도입 움직임을 주목했다. 재정준칙이 재정 관리를 더욱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었다. 피치는 또 한국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적자국채 발행 없이 국가채무 일부를 갚으려 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추경 규모를 늘리고 국가채무 일부 상환을 보류해서라도 전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일부 정치인들의 주장에 일침을 가한 셈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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