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델타 변이가 세계 증시에 미묘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파력이 워낙 강해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는가 싶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델타 변이가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기대마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요는 델타 변이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늦추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 27~28일(이하 현지시각)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감염병 사태에 대한 연준의 인식이 어떻게 표출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연준이 델타 변이의 창궐 상황을 위기로 인식한다는 매시지가 발신되면 시장은 오히려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델타 변이는 위험성 측면에서 양면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파력은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배 이상으로 강하지만 치명률은 비교적 낮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까닭에 델타 변이 감염 사태를 관리하는 각국 정부의 대응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델타 변이가 주류 바이러스로 자리잡으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일일 확진자 수를 발표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연준도 델타 변이의 이런 특징들을 두루 감안해 감염병 사태에 대한 나름의 진단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번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실행 여부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연말쯤엔 관련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 전망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테이퍼링 스케줄에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는 기대가 나타났다. 델타 변이가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계를 키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이 싫어하는 테이퍼링 이슈를 희석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뉴욕증시에서는 3대 지수가 일제히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상장사들의 2분기 실적이 워낙 좋았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예상 밖의 분기 실적은 기업이익의 실현 정도가 곧 고점을 지날 것이란 부정적 인식을 다소 약화시켜주었다.

뉴욕증시 상장사들의 호실적은 기술주 중심으로 나타났다. 이런 분위기는 실적발표가 본격화되는 이번 주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리피니티브 집계에 따르면 뉴욕증시 상장사들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78%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전망은 비교 시점인 지난해 2분기 실적이 안 좋았던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일각에서는 실적에 대한 기대가 커져 있는 만큼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 발표될 경우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경계감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뉴욕증시에서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호실적을 과시하고 있는 가운에 국내에서는 수출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보일 것이란 기대가 대두되고 있다.

기타 이번 주 증시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30일 발표되는 미국의 6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 집계한 6월 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3.7%다. 전달 상승률에 비해 0.3%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연준이 설정한 목표치는 2%다.

한편 26일 코스피는 전장 마감가보다 11.57(0.36%) 오른 3265.99에 출발했으나 점차 하락하다가 3224.95포인트에서 거래를 마쳤다. 전날 대비 하락폭은 29.47포인트(0.91%)였다.

지난주에만 1조20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외국인은 이날도 375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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