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연례 한미 연합훈련의 마지막 점검 연습인 2017년 을지훈련이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연합훈련인 2017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21일 시작돼 31일까지 이어진다.

국방부와 행정안전부는 “을지훈련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반도 방어준비태세를 향상시키기 위해 방어 위주로 진행하는 정례적인 연습”이라며 “1·2부로 나눠 진행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와 군, 주한미군은 을지훈련 기간 중 적의 가상 전면 공격에 따른 방어작전계획 시행과정을 점검하고, 군사작전 지원을 위한 총동원과 전시전환 절차 등을 실전처럼 점검하게 된다.

1부 을지훈련은 21일부터 25일까지 정부, 군사 합동연습으로 국가 전시대응테세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전국에서 실시한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정부연습인 을지훈련을 통해 정부 차원의 전시대비계획의 실효성을 검증하고 시행 절차를 점검하는 것이다.

2부 을지훈련은 28일부터 31일까지 군사연습으로 진행된다. 우리 군 5만여명과 해외 증원군 3000명을 포함해 미군 1만7500명 등이 참가한다. 미군의 참가 규모는 지난해보다 7500명이 줄었다.

군사연습에는 육군 군단, 해군 함대사령부, 공군 비행단급 이상 주요 작전사급 제대의 전투참모단이 참가해 전투상황을 컴퓨터 ‘워 게임(war game)' 방식으로 모의 수행하면서 북한의 다양한 가상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능력을 향상시키게 된다.

지휘소 내에서 '워 게임'으로 진행되는 지휘소연습(CPX:Command Post Exercise)인 을지훈련은 한미연합사 '작전계획 5015'와 한미 공동의 맞춤형억제전략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사용 위협, 핵사용 임박, 핵사용 등 3단계별 억제 전략을 실제 작전에서 실행하는 맞춤형 억제전략을 수립한 상태에서 을지훈련을 통해 대응태세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것이다.

한미 양국 군뿐만 아니라 4000여 공공기관의 48만명도 3박4일 간의 을지훈련을 통해 국가 전시대응 태세 점검에 참여하게 된다. 특히 을지훈련 3일째인 23일 오후 2시에는 20분 동안 북한의 도발을 가상한 공습경보가 전국에 발령될 예정이다. 올해 첫 전국단위 민방위 훈련이 시행되는 것이다. 사이렌이 울리면 운전자들은 즉시 차를 도로변에 세우고 대비소로 이동해야 하며, 각 직장의 근로자들도 건물 지하나 인근 대피소로 이동해야 한다. 을지훈련 기간 동안에는 포격 대피 훈련과 각종 생활안전사고에 대비한 훈련도 병행될 예정이다.

한미는 북한이 이번 을지훈련에 반발해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북 감시,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을지훈련 돌입 하루전인 20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을지훈련이 “붙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으로 (한반도) 정세를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며 “침략각본들을 완성하기 위한 반공화국 합동군사연습은 우리에 대한 적대 의사의 가장 노골적인 표현”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그렇다면 을지훈련은 지난 봄에 실시된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훈련과는 무엇이 다를까?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한미 군사 공조에 가장 중요한 작전수행능력을 매년 점검하는 한국 연합군사훈련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한미 독수리훈련과 키리졸브훈련은 3~4월에, 을지훈련은 8~9월에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한미 독수리훈련은 병력과 장비 등을 실제로 이동하는 야외 기동훈련인 반면 키리졸브훈련과 을지훈련은 실기동 훈련이 아닌 지휘소훈련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독수리훈련은 북한 특수부대 등 비정규군이 우리 후방지역에 침투할 경우에 대비한 훈련이다. 연대 및 대대급 이하를 중심으로 소규모 병력이 참가한다. 독수리훈련은 1961년부터 소규모 후방지역 방어훈련으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후방지역경계는 물론 연합전시증원, 특수작전, 상륙 기동작전, 전투항공작전 등 한미연합사 임무를 포함한 야외기동훈련형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독수리훈련을 뜻하는 약칭 EF는 한국1특전여단의 마크 독수리(Eagle)와 동북아 관할의 미7특전여단의 마크 조랑말(Foal)의 이니셜을 합친 것이다.

‘중대한 결의'란 뜻의 키 리졸브(Key Resolve) 훈련의 목적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 한반도 이외 지역에 배치된 미군 증원 전력의 원활한 전개를 통해 도발을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방어성격이다. 증원전력의 대기, 전방이동, 통합 등을 망라해 다양한 국면에 적응하도록 훈련하면서 한국군의 전시지원, 상호 군수지원과 동원, 전투력 복원 절차 등을 익히는데 주력한다.

1976년부터 팀 스피리트(Team Spirit) 훈련으로 불리며 매년 실시됐지만 북한과의 핵 협상을 위해 중단된 뒤 1994년부터 연합전시증원(RSOI) 훈련으로 대체됐다. 수용(reception), 대기(staging), 전방이동(onward movement), 통합(integration)의 영문 첫 글자를 딴 훈련 이름이다. 이어 2008년부터 키 리졸브훈련으로 바뀐 뒤부터는 매년 가을 진행됐던 독수리훈련과 함께 봄에 실시되고 있다.

을지훈련은 1968년 1월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사건을 계기로 그해 7월 '태극연습'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돼 이듬해 을지문덕 장군 이름을 따서 을지연습으로 개칭됐다. 2008년부터는 정부의 을지연습과 군의 프리덤가디언연습을 통합해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으로 공식 명칭이 정해졌다.

이처럼 을지훈련으로 흔히 불리지만 정식 명칭은 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이다. 훈련은 병력과 장비가 실제로 이동하는 등 기동해서 벌이는 것을 말하며 연습은 실기동이 아닌 시뮬레이션으로 하는 것으로 뜻한다.

그러나 을지연습의 경우 전국 단위 민반위 훈련을 포함해 테러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사이버 테러와 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 대응 훈련, 국가 중요시설 테러에 대비한 민·관·군·경 통합훈련이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을지훈련으로 불리고 있다.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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