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은근슬쩍 꼬리를 내렸다. 미국산 원유에 대해 25%의 고율관세를 매기겠다고 큰소리치던 중국이 관세폭탄 대상 품목에서 원유를 슬그머니 누락시킨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9일 보도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교역당국은 지난 8일 160억 달러(약 17조9800억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원유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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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당초 원유를 보복 관세 대상 목록에 올리겠다고 공언했었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원유는 민감한 품목으로 인식돼왔다. 공언한대로 중국이 원유를 관세폭탄 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주요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중국의 이번 발표는 하루 전인 지난 7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오는 23일부터 중국산 제품 160억 달러어치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데 대한 반발로 이뤄졌다.

미국은 이에 앞서 34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 역시 똑같은 규모의 미국 상품에 같은 비율의 관세를 매기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이번의 추가 조치로 두 나라는 각각 500억 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저마다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대립 상황을 맞게 됐다.

그런데 중국이 500억 달러 중 나머지 160억 달러어치의 미국 상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키로 하면서 원유를 슬며시 제외한 것이다. 중국은 호언했던 것과 달리 원유를 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데 대해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대체적 해석은 세불리를 느낀 중국이 향후 닥칠 리스크를 줄이려 했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중국이 감정대로 원유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가 역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을 것이란 얘기다.

현재 중국은 소비하는 에너지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경제가 석유에 크게 의존하는 현실을 무시한 채 스스로 원유 수입에 장벽을 쌓는 것은 결국 제발등을 찍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그렇지 않아도 예전에 비해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원유 공급난은 경제성장을 더욱 더디게 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도 이 점을 우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국은 최근 미국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려오던 터였다. 기존의 러시아산 및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대신 저유황 중질유 수입을 늘린 게 주된 원인이다. 만약 중국이 미국산 원유 수입선을 스스로 차단하면 원유 확보 싸움에서 경쟁국에 밀리는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

미국이 오는 11월부터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본격화한다는 점 역시 중국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출을 제한하고 나설 경우에 대비하려 했다는 것이 그같은 분석의 배경이다.

즉, 미국의 이란 제재가 재개되더라도 이란산 원유를 예외적으로 수입하려면 미국의 심기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판단이 저변에 깔려 있을 것이란 뜻이다.

미국은 이란과의 핵합의를 깨고 협정에서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제재조치를 오는 11월부터 재개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제재가 시작되면 미국은 몇몇 국가에 예외를 인정한 상태에서 이란의 원유 수출을 금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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