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고, 심지어 내리막 경사가 점차 가팔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거듭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회복중”이라는 말을 되뇌고 있다.

어느 쪽 진단이 맞는걸까?

우리 경기에 대한 경고음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거듭된 경고 목소리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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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 발하는 경고음 중 우선 경청해야 할 부분은 6~9개월 뒤의 경기 상황을 미리 가늠하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CLI)다. OECD가 내놓은 한국의 CLI는 지난해 4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 주목해야 할 대목은 CLI의 하락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OECD가 발표한 한국의 CLI는 지난해 4월 101.0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림세로 돌아섰다. 그 결과 한국의 CLI는 올해 2월까지 매달 0.1포인트씩 줄어들다가 3월엔 낙폭을 0.2로 키우며 100선 아래(99.93)로 무너졌다.

OECD가 최근 발표한 6월의 CLI는 더욱 실망스러웠다. 전달 대비 낙폭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0.3으로 확대되며 99.2까지 추락했다. 무려 14개월 동안이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낙폭까지 확대돼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경고음을 내는 곳은 OECD뿐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각종 지표 역시 OECD의 진단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통계청이 내놓은 경기 동행 및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이를 입증하는 대표적 요소들이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6월 산업생산동향에는 현재의 경기 상황을 말해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0.2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더구나 낙폭은 6개월만에 최대치였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게 해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 보합세를 보여 잠시 기대를 갖게 했으나 한달만에 이마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OECD의 CLI 하락이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다른 회원국들의 CLI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엔 중요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다른 회원국들의 하락세가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것과 달리 한국의 하락세는 1년 이상 장기화되고 있고, 하락폭마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CLI 하락폭 자체가 다른 나라들보다 더 크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 CLI는 작년 11월 100.23으로 정점을 찍은 뒤 7개월 연속 하락했다. 그러더니 4∼6월엔 100 아래로 떨어졌다. 주요 7개국(G7)의 평균 CLI는 작년 12월까지 상승세를 이어가며 100.17까지 올라간 뒤 올해 1월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CLI가 100 아래로 내려간 때는 지난 5월이었다.

OECD가 발표하는 한국의 CLI는 한국은행 및 통계청의 제조업 재고순환지표, 장단기 금리 차, 수출입물가비율, 제조업 경기전망지수, 자본재 재고지수, 주가지수 등을 토대로 산출된다.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들은 자동차·조선 등 수출주력 분야의 심각한 부진과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 등이다. 경제 심리 위축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 부진, 중국 관광객들의 입국 부진 등도 부정적 요인들로 꼽힌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주는 수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에 대한 높은 의존도, 관련 분야에서의 중국의 집요한 추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정부는 경기에 대해 고집스레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매월 발표하는 경제동향 보고를 통해 9개월 연속 ‘회복세’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9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우리 경제가 상반기 중 2.9%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거듭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민간 경제연구소 등은 우리 경제가 올해 2.9%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힘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성장세”라는 정부의 나홀로 주장이 이어지고 있고, 경제정책에 대한 재고 기미도 엿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성장정책을 둘러싸고 정부 내에서 불협화음이 커지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도마저 떨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옳든 그르든 소득주도성장 정책마저 추진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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