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달러 선호 메시지가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에게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말 것을 은근히 압박하려는 의도가 또렷이 엿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정책 이외의 각종 정책에 대해서도 상황 흐름에 따라, 장소에 따라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곤 했다. 그로 인해 많은 이들이 혼란을 느껴왔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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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그의 목소리 역시 엇갈리게 표출돼왔다. 약달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가 얼마 후엔 강한 달러를 원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4월과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약달러 선호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반면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했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강달러를 지지하는 듯한 입장을 표출했다. 마치 참가자들을 을러대듯, 자랑하듯 “달러는 점점 더 강해질 것”, “나는 강달러를 원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어지러운 행보를 두고 그게 곧 그의 싸움 전략 또는 협상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분석가들이 적지 않다.

그의 일련의 발언을 유심히 살펴보면 일정한 목적 하에 계획적으로 의사 표명이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경제가 견고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음을 강조할 땐 강달러 선호 분위기를 풍기고, 현실적으로 이해다툼을 벌여야 할 땐 약달러 선호 의사를 내비치곤 한다는 의미다.

그로 인해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태생적으로 약달러를 선호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사업가 출신인 그는 철저한 약달러 선호자라 할 수 있다. 실제로도 그는 취임 초부터 약달러 선호 의사를 표방해왔다. 그게 미국의 수출을 늘리고 일자리를 늘리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 위안화 등 다른 나라 화폐의 달러 대비 환율의 급격한 상승에 그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위안화 환율에 대해서도 일견 헷갈리는 반응을 드러내곤 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은 그때그때의 목적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을 뿐이다. 이를테면 무역전쟁에서 미국의 맷집이 더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땐 위안화 환율 인상을 당연시(강달러 선호)하는 듯 발언했고,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다툼을 벌일 땐 약달러 선호 의지를 드러냈다.

이상의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약달러를 지향하고자 하는 굳건한 의지를 가진 인물이라 단언할 수 있다.

약달러 지지 의사가 너무 강해 오히려 입방아에 오르기도 할 정도다. 대통령이 달러 강세에 대한 우려를 노골화함으로써 통화정책 결정권을 쥔 연준에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도록 은근한 압력을 가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의 발언은 월권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함부로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논란의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20일(이하 현지시간)에도 약달러 선호 의사를 노골화했다. 이번엔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에 더욱 강한 톤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인상이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엔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슷한 발언을 했었다.

로이터와의 인터뷰 발언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그는 “유럽을 보라. 그들은 금리 인상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파월 연준 의장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파월 의장을 향해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추고 기조를 바꾸라고 대놓고 요구한 셈이다.

미국 연준은 이미 올해 안에 두 차례 정도의 기준금리 인상이 더 있을 것임을 사실상 예고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거듭된 저지 의사 표명이 이어지면서 향후 연준의 결정에 변화가 초래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일말의 의혹이 일고 있다.

연준의 향후 움직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면서 오는 23일부터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잭슨홀 미팅은 파월 의장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지는 통화정책 관련 심포지엄이다.

‘시장구조 변화와 통화정책 시사점’을 주제 삼아 진행되는 이번 행사의 이틀째 프로그램에서 파월 의장은 ‘경제변화와 통화정책’이란 제목의 연설을 실시한다. 이 자리에서 향후 미국 통화정책 방향을 암시하는 메시지가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세계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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