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경제정책과 관련해 ‘국민성장’이란 담론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응하면서 정책정당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민성장은 이름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는 개념이다.

한국당 스스로도 네이밍에 대해 좀 더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는지 ‘국민성장’이 가칭임을 미리 밝혔다. 향후 당내 의견수렴 과정에서 개념을 보강하고 체계화하면서 다른 명칭이 채택될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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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민성장이란 이름이 탄생한 과정을 들여다보면 한국당이 왜 성장정책의 명칭에 ‘국민’이란 말을 넣었는지 금세 이해할 수 있다.

한국당은 두 달 전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맞이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에 ‘국가주의’란 딱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방송사들의 ‘먹방’에 대한 정부의 이의 제기가 그 발단이었다. 이후 김병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제반 정책을 국가주의라는 이름으로 비판하면서 담론 싸움을 선도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향해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는 없고, 없어야 할 곳에만 있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몰래 들어오는 것을 방치한 정부가 민간 자율에 맡겨야 할 일에는 과도한 간섭을 한다는 뜻이었다.

이같은 과정을 보면 왜 ‘국민’이란 이름이 선택됐는지 이해할 수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국가’에 대응할 단어로는 이보다 적확한 개념이 없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그의 주도로 한국당이 제시한 국민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대척점에 서는 경제정책이라 할 수 있다.

김 위원장과 한국당 관계자들이 16일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국민성장은 분배에 상당 부분 무게 중심을 실은 소득주도성장과 대립하는 보수·우파적 경제정책이다. 명실상부한 성장 위주의 정책이라 할 만하다.

한국당의 국민성장 정책은 소득주도성장이 성장정책으로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인식에서 태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듯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국민성장 방안을 제시하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이미 실패했고, 앞으로도 성공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성장 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재벌개혁이 아니라 노동개혁을 강조하는 발언도 내놓았다.

그의 설명을 반영하듯 이날 한국당이 제시한 국민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여러 면에서 대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당 설명에 따르면 우선 성장동력에서 두 정책은 상이한 특징을 갖는다. 소득주도성장이 국민소득 증대를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것과 달리 국민성장은 국민 개개인과 민간기업의 강화된 역량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경제운용 주체도 서로 다르다. 소득주도성장이 보조금 지급 및 세금정책 등을 토대로 정부 주도로 실행되는데 반해 국민성장은 기업과 국민의 생산성 및 경쟁력 향상을 중요한 기반으로 여긴다.

일자리 정책에서도 차이가 엿보인다. 전자가 공무원 증원 등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려 하는 것과 달리 후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생태계 구축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국민성장에서 말하는 일자리 창출의 주역은 민간기업이다.

한국당은 보조금 지급 및 공무원 증원과 같은 현 정부의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당은 두 정책이 국민관(國民觀)에서도 차이를 드러낸다고 주장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국민을 보호 및 관리 대상으로 삼으면서 규제·감독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국민성장 정책은 국민의 창의와 혁신 능력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현 정부의 역할이 감독자인 것과 달리 국민성장을 추구하는 입장에서는 정부의 역할이 촉진자에 해당한다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정책기조에서도 두 정책은 차이를 드러낸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소극적 규제 완화, 기업 옥죄기를 위한 규제 강화를 추구하지만 국민성장 정책은 적극적 규제 완화 및 연구개발(R&D)투자 활성화 등을 더욱 선호한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특히 규제 완화와 관련해 두 정책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전면적인 네거티브 시스템’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네거티브 시스템이란 일단 모든 행위가 허용된다는 전제를 둔 다음 특별히 규제해야 할 사항만 법률에 명시하는 제도를 말한다. 바꾸어 설명하면 법률로써 특별히 제한하는 것이 아닌 한 모든 행위가 자유롭게 허용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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