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모두 기존보다 낮췄다. 경기 둔화가 이어져 내년에는 2.7~2.8%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고, 일자리 전망도 고용 참사가 지속되고 있는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KDI는 6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2.7%와 2.6%로 전망했다. 지난 5월 ‘상반기 경제 전망’ 때보다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낮춘 셈이다. 올해 성장률 2.7%는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이 힘들었던 2012년(2.3%)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투자가 계속 저조하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산업 경쟁력 강화 없이는 성장률을 유지하기 어려운 국면에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에서 올해 하반기 경제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오른쪽)과 정규철 경제전망실 연구위원.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KDI는 민간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진이 우리 경제성장의 걸림돌이라고 봤다. 민간 소비는 작년 동기 대비 올해 상반기 3.2% 증가로 비교적 호조를 보였지만, 하반기 2.4%, 내년 상반기 2.2% 증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 투자와 건설 투자, 지식 생산물 투자를 합친 총고정 투자는 올해 –1.9%, 내년 –1.0% 등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최근 우리 경제가 제조업 성장이 둔화하고 서비스업 개선 추세도 완만해진 가운데 건설업의 부진이 지속하면서, 성장세가 점차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또 세계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경제 불안, 미·중 무역분쟁 등의 위험이 가시화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KDI는 분석했다.

KDI의 이 같은 경제 전망은 “내년이면 소득 주도 성장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망과 “침체국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잠재성장률 범위 내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국정감사장 발언과 배치된다.

김현욱 실장은 “소득주도성장의 근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단기적으로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장기 효과를 기대하며 손 놓고 있지 말고 혁신 성장 측면에서 다양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KDI가 현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으로 인한 단기적 부작용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과 관련해 빈번하게 언급되고 있는 고용상황에 대한 KDI의 전망 역시 어둡다. KDI는 취업자 수 증가 폭 전망치를 올해의 경우 20만명대 중반에서 7만명으로, 내년은 20만명대 초반에서 10만명으로 반토막 이상 하향 조정했다. 실업률은 올해와 내년 모두 3.9%로 4.0%대였던 2001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KDI가 민간에 비해 보수적 전망을 낼 개연성이 큰 국책 연구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번 경제 전망의 의미는 남다르다. KDI 발표는 우리 경제팀의 정책 오류가 결국 경기 침체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김현욱 실장이 “정책의 근본적인 틀이 ‘성장정책’이란 점에서 단기적으로 정책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하긴 어렵다”며 “장기적 효과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히 혁신성장 측면에서 다양한 정책 패키지들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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