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화재 원인이 제조사 측이 발표한 ‘EGR(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바이패스’가 아니라 ‘EGR 밸브’ 이상에 의한 것임이 민관합동조사단에 의해 확인됐다.

이로써 일각에서 제기해온 소프트웨어 문제 등이 발화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BMW 측은 리콜을 통해 교체한 ‘EGR 모듈’에 EGR 밸브가 포함돼 있음을 들어 조사단의 조사 결과로 드러난 게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제조사는 그러면서도 화재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된 흡기다기관에 대해 리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7일 BMW 차량 화재원인 규명을 위해 진행한 차량·엔진 시험의 중간조사 결과를 민관합동조사단을 대신해 발표했다.

조사단은 화재 발생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8만㎞를 운행한 중고차를 구입해 화재 가능성이 있는 세 가지 조건을 인위적으로 조성한 뒤 시속 90∼150㎞로 주행 운전을 하며 엔진 상태의 변화를 관찰했다.

디젤 차량은 환경 보호 차원에서 한번 배출된 질소산화물 일부를 엔진이 회수해 다시 태우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때 EGR 모듈이 배기가스를 받아 냉각시키고 이를 연결된 흡기다기관에 전달한다.

시험에 적용된 세 가지 조건은 EGR 쿨러(냉각기)에 누수가 발생한 상태, EGR 밸브가 일부 열림으로 고착된 상태, 배출가스 후처리시스템(DPF/LNT) 재생 등이었다.

이같은 조건에서 실험이 진행되는 도중 실제로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시속 90∼120㎞ 주행시 EGR 쿨러에서 누수가 발생해 쌓인 침전물이 EGR 밸브를 통해 들어온 고온의 배기가스와 만나 불티가 튀었고, 이 불티가 엔진룸 흡기시스템(흡기매니폴드)에 옮겨붙어 화재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불꽃은 고속주행으로 공급되는 공기와 만나 커지며 흡기기관에 구멍(천공)을 냈고, 점차 불꽃이 확산하며 엔진룸 전체로 옮겨가 화재 규모를 키웠다.

조사단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지난 8월 18일 제조사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힌 화재 발생 조건과는 다른 것이다. 지난 8월 BMW는 EGR 쿨러 누수, 상당한 정도의 누적 주행거리, 지속적인 고속주행, 그리고 ‘EGR 바이패스 밸브 열림’ 등을 화재 발생 조건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조사단은 ‘EGR 바이패스 밸브 열림’은 이번 화재 원인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고, BMW가 거론하지 않았던 ‘EGR 밸브’ 이상이 화재와 관련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EGR 바이패스 밸브는 EGR의 가스를 EGR 냉각기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흡기매니폴드로 보내주는 장치로, ‘열림·닫힘’(on·off)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같은 기능을 통해 배기가스의 양을 제어하는데, 이 밸브는 소프트웨어에 의해 조작된다.

조사단 관계자는 “EGR 바이패스 밸브를 화재 원인으로 가정한 뒤 실험을 했지만, 발열 등의 조건이 화재를 유발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EGR 밸브를 열어둔 상태에서 차량 속도를 높이자 과열로 불티가 발생하면서 흡기다기관에 천공이 생겼고, 곧 화재가 시작됐다”며 “가스 연소 과정에서 온도가 높아진 것도 발화를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이번 조사 결과는 EGR 밸브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어 밸브가 설정보다 더 많이 열림으로써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일찌감치 제기돼온 소프트웨어 조작 가능성을 더욱 배제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다.

조사단은 향후에도 다른 발화 원인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계속한다. 조사단은 다음달 중순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국토교통부에 필요한 조치 등을 정리해 전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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