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 자문기관의 중심 인사인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며 위기감을 표했다. 김 부의장이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제이노믹스’ 설계의 틀을 직접 짰으나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김 부의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경제 현실을 경기지표상으로는 2009년, 고용 측면에서는 2000년 수준으로 평가했다. 그만큼 김 부의장이 고용지표 및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경제 현실을 암울하다고 보고 있다는 얘기다.

2009년, 2000년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외환위기의 여파가 한창이던 시기로 우리나라 경제의 암흑기로 꼽힌다. 김 부의장은 “그때는 금융·외환의 어려움이 있었고 실물은 건전해서 극복했지만, 현재는 실물이 어렵다”면서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사진=연합뉴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사진=연합뉴스]

김 부의장은 또 “투자와 생산능력이 감소하고 있는데 공장 가동률마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제조업의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올해 1∼9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8%로 지난해에 이어 2년째 외환위기(199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울러 김 부의장은 “이 흐름이 (투자·생산능력의) 감소와 (가동률) 하락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일자리 감소는 필연이고, 세원이 약해져 복지 증대를 지속하기도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수 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성장률을 뒷받침해온 수출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부의장은 “한국 수출의 대중의존도가 높아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성장률이 1% 하락하면 우리 성장률도 0.4% 수준의 하락을 경험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며 “그럴 경우 우리 성장률은 2.5% 아래로 낮아질 수 있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김 부의장의 이 같은 지적은 새 경제팀 원톱으로 알려진 홍남기 부총리 후보자 등 정부 관계자들의 ‘현재 경제 상황이 위기라고 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라는 주장과 궤를 달리해 눈에 띈다.

김 부의장은 “정부 관계자들의 판단 능력은 (경기 판단 논쟁이 있었던) 지난 5월 그 바닥을 잘 보여줬다"며 "경제 정책을 맡게 된 분들의 어깨가 무겁다”고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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