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결제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부·서울시가 다음 달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제로페이’를 두고 시중은행들은 울상을, BC·카카오는 불참을 밝힌 가운데 세간은 과연 ‘제로페이’가 잘 실행될 수 있을까 궁금증을 드러내고 있다.

제로페이는 소비자가 제로페이 결제플랫폼이 구축된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간편결제 사업자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해당 가맹점 ‘QR코드’를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바로 돈이 이체되는 결제 방식이다. 기존 신용카드 결제 과정서 부과되는 카드사 수수료, 부가통신업자(VAN사) 수수료 등 중간 단계를 줄였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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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계좌 간 거래에서 은행은 통상 50∼500원 수수료를 가져가는데, 제로페이의 경우 참여 은행은 이 수수료를 아예 받지 않거나 상당히 깎아주기로 한 것. 가맹점 연매출액을 기준으로 8억원 이하는 수수료 0%, 8억∼12억원은 0.3%, 12억원 초과는 0.5%만 받는다.

한데 제로페이는 막상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장점이 그리 많지 않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시중은행은 계좌이체에서 나오는 수수료 수익을 포기하는 데다가 결제플랫폼 구축·운영비용 수십억원까지 떠안아야 하는데도 정부 사업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참여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로페이 사업에는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18개 금융회사와 네이버, 엔에이치엔페이코, 한국스마트카드, 신세계아이앤씨 등 10개 간편결제 사업자가 참여한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울상이다. 은행권에서는 11개 시중은행이 매년 최대 760억원가량 수수료 수입을 포기해야 한다는 추산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서울시 66만 자영업자 모두가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가입하고, 제로페이가 주요 결제수단으로 대체됐을 때 얘기다.

시중은행들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애초 제로페이를 단일 시스템에서 가능하게 하는 통합 제휴페이플랫폼을 구축하는 데도 은행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현재 통합 제로페이 결제플랫폼은 금융결제원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다. 금융결제원은 은행 분담금으로 운영되기에 플랫폼 구축·운영비도 결국 은행 부담이 되는 셈이다. 금융결제원은 플랫폼 초기 설치비용으로 39억원, 다음 해부터 운영비용으로 매년 35억원씩 들 것으로 추산해 각 은행에 전달한 바 있다. 정부는 은행들이 수수료를 받는 구간도 있으므로 그 수익으로 운영비용을 충당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제로페이 앞날이 그리 밝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대형 결제업체인 비씨카드와 카카오페이가 최근 제로페이 사업 불참을 결정하면서 회의적인 시각은 더 커졌기 때문이다.

비씨카드는 “계좌 기반 방식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어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도 “현재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약 15만개 결제 가맹점과 2500만 사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집중해 여러모로 검토했다”고 사업 불참 이유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 밖에 제로페이 QR코드 표준이 카카오페이가 이미 보급한 QR코드와 호환되지 않는 점도 불참의 주요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제로페이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목은 또 있다. 제로페이와 똑같은 방식의 결제 시스템인 ‘카카오페이’는 이미 매장에 비치된 상태로 이미 대중들에게 이용되고 있는데, 문제는 두 가지 방식의 혜택이 다르다는 점에 있다. ‘제로페이’의 경우 연말 국회에서 세제 혜택 법안이 통과되면 소득공제율이 40%에 이른다. 반면 카카오페이는 현재 그대로 30%에 머무르게 된 것.

일각에서 “카카오페이와 제로페이의 경우 둘 다 결제방식이 같은데 혜택이 다른 건 소비자 관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이는 결국 이용자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상황”이라고 꼬집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로페이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결제 수수료를 낮추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소비자 유인 측면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있다. 소상공인들이 수수료 '제로' 혜택을 누리려면 고객들이 제로페이를 사용해야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 신용카드 대신 제로페이를 쓸 이유가 많지 않아서다.

물론 일각에서는 제로페이가 잘 정착한다면 소비자의 새 결제 방식 경험을 높이고, 나아가 결제 시장 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존 은행 모바일 결제 서비스에서는 소상공인 가맹점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데, 제로페이를 통해서 망 확대가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제로페이’ 실행을 앞두고 금융회사들-BC·카카오-금융결제원 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제로페이가 과연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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