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13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이하 현대차그룹)의 주요 계열사에 대해 심각한 ‘초과자본’ 상태라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이날 현대차그룹 이사진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현대자동차는 8조원에서 10조원, 현대모비스는 4조원에서 6조원에 달하는 초과자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컨설팅사 콘웨이 매켄지의 보고서를 근거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앨리엇은 현대차그룹에 초과자본금은 주주에게 환원하고, 저평가된 가치를 고려해 자사주를 매입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세금과 영업비용, 설비투자액 등을 제외한 잉여현금을 배당하거나, 전부 자사주매입에 사용하라는 얘기다.

현대자동차그룹(왼쪽)과 엘리엇매니지먼트 CI.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왼쪽)과 엘리엇매니지먼트 CI. [사진=연합뉴스]

엘리엇은 또 기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철회되고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차그룹이 기업구조에 대한 개편을 진전시키기 위한 어떠한 실질적인 소통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미흡하다며 각 계열사 이사회에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추가로 선임하고,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다른 주주들과 협업할 것을 주문했다.

이 같은 앨리엇의 행보는 당사와 현대차그룹 간 이해관계에서 나왔다고 보면 적절하다. 지난 5월 현대차그룹은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를 지배회사로 만들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같은 개편안의 골자는 현대모비스의 모듈·AS부품 사업만 따로 떼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이었다.

한데 현대차그룹의 지분을 1조원어치나 사들인 앨리엇이 이 같은 방안은 현대차그룹 총수일가에 유리하고, 현대모비스 주주에게는 불리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분할 합병에 어깃장을 놓았다. 잇따라 ISS, 글래스루이스 등 글로벌 자문사도 분할 합병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자 위기의식을 느낀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분할 합병 방안을 포기한 바 있다.

일각에서 이번에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이사진에게 보낸 서신을 두고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열릴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KB증권 측도 “이번에 엘리엇이 전달한 서한의 내용은 새롭지 않다”며 “현대차 및 현대모비스의 과도한 보유현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라는 기존 주장을 독립적 컨설팅 업체(콘웨이 매켄지) 분석을 통해 다시 한번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지배구조 변경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주주들을 설득함으로써 향후 있을 수 있는 주총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노력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하고 있어 이 같은 견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논란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지배구조 변화를 준비할 것”이라며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현대차(46.4%), 현대모비스(48.1%) 등의 주총을 최소화하고 주주구성이 유리한 현대글로비스 중심 지배구조 변화를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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