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기 신도시 예정지 전반에 대한 관련 공직자 및 공공기관 직원들의 투기 행위를 살펴보기로 했다. 조사 대상엔 국토교통부 및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의 가족도 포함된다. 이들에 대해서는 전수조사를 실시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지구 땅투기 행위가 발각된 뒤 문재인 대통령이 실태 파악과 유사 행위 발본색원을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지시를 내리면서 조사 대상과 범위에 대해서도 대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 4일 총리실이 지휘하는 정부합동조사단(합조단)이 꾸려졌고 곧바로 활동에 들어갔다. 합조단에는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이 참여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거듭된 입장 표명과 그에 따른 정부의 발 빠른 움직임은 일견 긍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다. 특히 총리실 주도 하의 정부합조단이란 거창한 이름이 눈길을 잡아끈다.

지난 4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LH발 투기 의혹이 불거진 시흥시 과림동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 4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LH발 투기 의혹이 불거진 시흥시 과림동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그 내용을 들여다보자면 합조단은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이름이 거창하고 조사 대상 인물과 지역에 대한 범위도 대폭 넓힌 듯 보이지만 알맹이는 보이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조사 주체의 구성이다. 주지하다시피 국토부는 신도시 개발 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당국이다. 조사 주체가 아니라 주요 조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더구나 지금의 국토부 장관은 취임 직전까지 LH 사장으로 재직했던 인물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변창흠 장관은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보는 게 옳다.

이처럼 이해가 충돌하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 조사의 주요 당사자로 참여하면 그 조사 결과는 어떤 결론이 나오든 신뢰를 얻기 어렵다.

정부합조단에서 국세청이 빠진 점도 문제로 지적할 만하다. 국세청이 참여해야 그나마 계좌추적이 가능해지고 그로써 수사에 준하는 엄격한 조사도 이뤄질 수 있어서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국세청 배제는 정부의 의지를 의심케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청와대와 국회, 서울시 등 정작 힘 있는 기관이 조사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것도 문제다. 국회의 경우 적어도 관련 상임위원회 의원이나 보좌관 등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져야 국민들의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미 대변인 논평을 통해 선출직 공무원을 조사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청와대를 조사 대상에서 뺀 것은 특히 비난받을 일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발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와 가족 등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하라고 지시하면서 그 대상에 청와대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청와대를 포함해”라는 말이 지시 내용에 들어갔더라면 좋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석하기에 따라 ‘내 주변은 빼고’ 나머지 의심이 갈만한 곳을 철저히 조사하라는 말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이 역시 정부의 신도시 개발 예정지 땅투기 발본색원 의지를 의심케 할 빌미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묘목이 심어진 시흥시 과림동 개발 예정지. [사진 = 연합뉴스]
묘목이 심어진 시흥시 과림동 개발 예정지. [사진 = 연합뉴스]

합조단 구성과 관련한 이번 발표를 보면 문재인 정부는 처음부터 일정한 선을 긋고 조사에 임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흔히 보아온 꼬리 자르기 수법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코앞에 닥친 큰 선거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 것 아닌가 의심할 여지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런 고식적 방식은 두고두고 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택지 공공개발 정책이 근간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LH 일부 직원들의 땅투기 사실이 확인되자 벌써부터 신도시 개발 예정지에선 주민들의 택지개발 반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공공개발에 따른 이익은 정책 입안 관련자들이 챙기고 자신들은 삶의 터전만 잃게 됐다는 인식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공공택지 개발 자체가 어려워지고, 설사 개발이 이뤄진다 해도 그 비용은 몇 배로 커지게 된다.

진정으로 공공개발 토지 투기에 대한 발본색원 의지가 있다면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하여금 성역 없는 조사가 이뤄지도록 조치하는 게 정답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법적 독립성이 보장된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하면 그만이다. 이후 감사원의 판단에 따라 필요한 만큼 고발이 이뤄지고 검찰이 수사에 나서는 게 순리에 맞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공분을 어느 정도 가라앉히면서 택지 공공개발에 대한 신뢰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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