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이선영 기자] 롯데그룹이 신입사원 정기공채를 폐지키로 했다. 롯데는 매년 상·하반기로 나누어 한 차례씩 신입사원 정기공채를 실시해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계열사별로 원하는 시기에 필요한 인원을 정한 뒤 따로 인력을 충원하는 수시모집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이미 수시모집 방침을 정하고 그에 따라 구직 사이트 등을 통해 채용공고를 내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업운영 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의 방침 전환에 따라 대기업의 수시모집은 이제 분명한 트렌드로 자리잡게 됐다. 대기업의 수시모집은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에서 이미 뿌리를 내린 방식이다. 현대차가 2019년 첫 테이프를 끊었고 LG는 그 이듬해 하반기부터 수시모집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직 정기공채를 실시중인 SK그룹도 내년부터는 100% 수시모집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사진 = 연합뉴스]

이로써 국내 5대 기업군 가운데서는 삼성만이 유일하게 정기모집 방식을 유지하게 됐다.

기업들의 계열사별 수시모집 선호는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달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 813개사를 대상으로 상반기 대졸 신입 채용계획에 대해 물어본 결과 응답기업의 69.4%가 수시채용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 비율이 대기업에서는 56.8%, 중소기업에서는 76.9%에 이르렀다.

이는 그간 사회적 요구 및 정부의 고용확대 정책을 의식해온 대기업들도 서서히 수시모집 쪽으로 마음을 바꾸고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수시 전환 기업 대부분은 과거 정기공채 때와 다름없이 채용 규모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롯데 역시 정기채용 때와 비슷한 규모의 인력을 충원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제도 변화의 직접 영향을 받는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수시채용으로의 전환에 대해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기업들이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최소한의 인력을 뽑다 보면 전체 채용시장 규모는 줄어들기 십상이다. 졸업시즌에 맞춰 활짝 열리던 취업문이 갑자기 좁아진다는 점도 취준생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 같은 채용방식의 변화는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경력직을 적소에 뽑아 쓰는 것이 교육훈련 비용과 시간을 줄이면서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는 방식이 될 수 있다.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전경련이 종업원수 100인 이상의 외국인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채용 및 투자 동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들이 구상 중인 신입 및 경력 채용 비중은 40.2% 대 59.8%였다. 즉시 투입 전력인 경력직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함을 보여준 결과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