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조근우 기자] 취임 2년차에 접어든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사진)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3월 취임한 구 대표는 KT를 텔코(통신기업)에서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로 전환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성장이 멈춘 통신업 대신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신사업을 공략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KT의 본업인 통신업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인터넷 속도 논란과 함께 통신업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덩달아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KT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지난해 2월 1826만8420명에서 지난 2월 1741만4392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2890만2965명에서 2936만1406명으로, LG유플러스는 1428만4074명에서 1478만587명으로 증가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KT는 번호이동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KT로 번호이동을 한 국민의 숫자는 117만6371명이었다. SK텔레콤(167만3832명), LG유플러스(131만6061명), 알뜰폰 사업자(119만3017명)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이런 기조는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누적 번호이동 실적은 알뜰폰(29만5228명)이 가장 많았다. 이어 SK텔레콤(21만3684명), LG유플러스(16만1606명), KT(15만8811명) 등의 순이었다.

KT는 5G 시장에서도 하락세에 있다. 5G가 상용화되기 시작한 2019년 4월에 KT는 점유율 38.5%로 SK텔레콤(35.1%)과 LG유플러스(26.4%)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11월 기준 점유율 30.5%를 기록하며 SK텔레콤(46.2%)에 역전됐다.

구현모 대표이사 사장의 불안 요소는 이뿐만이 아니다. 내부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KT 직원이 ‘시무 7조’ 형식을 차용해 구 대표 비판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글쓴이는 자신을 ‘진인(塵人·티끌 같은 사람) 구 대리’로 칭하며 AI·디지털 전환(DX)으로 대표되는 신사업의 방향성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글쓴이는 “회장이 바뀔 때마다 신사업이다 플랫폼이다 하며 자금을 탕진하더니 이제는 AI·DX사업을 선두에 세워 월급이 통장을 스치듯 탕진 중”이라며 “새로움을 강조해도 살아남기 힘든 이 시국에 남들 다 하는 AI를 따라하는 것에만 눈독을 들이지 말고 회사의 미래를 고민해달라”고 적었다.

현재 김영란법 위반으로 경찰에 입건된 KT 커스터머부문장(사장)을 선임한 것도 구 대표다. 구 대표는 커스터&미디어부문으로 나뉘어있던 영업, 상품·서비스 개발조직을 커스터머부문으로 통합하고 강국현 부문장의 사장 승진인사를 주도했다.

한편 구 대표는 KT가 국회의원들에게 회삿돈을 불법 후원한 혐의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9년 1월17일 황창규 전 KT 회장과 구현모 대표이사 사장 등 전·현직 임원 7명을 정치자금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입건해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현재 검찰은 위 사건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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