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천옥현 기자] 주류 업계에서 또 다시 홍보물 탈취 전쟁이 불붙었다. 너죽고 나죽자 식의 루즈-루즈 게임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늘 있어온 구태라지만 업계의 이전투구를 바라보는 세간의 눈길은 언제나 싸늘하기만 하다.

30일 오비맥주는 최근 자사의 홍보물이 무단 철거·훼손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중간 수사 결과 홍보물을 수거한 차량은 경쟁업체인 하이트진로 법인 차량이었다.

오비맥주 주장에 따르면 최근 성남 모란시장에서 자사 신제품 홍보물 5개가 분실됐다. 오비맥주는 해당 사건을 지역 관할 경찰서에 신고했다. 인근에 설치된 CCTV 자료도 입수해 경찰에 제출했다.

영상 분석 결과 홍보물 철거에 이용된 승합차는 하이트진로 법인 소유물이었다. 그 같은 사실은 경찰의 차적 조회를 통해 밝혀졌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하이트진로 직원의 소행인지를 수사하고 있다.

[사진 = 하이트진로 제공]
[사진 = 하이트진로 제공]

주류업계에서는 약 2주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에도 하이트진로가 개입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좋은데이’ 등의 주류를 생산하는 무학은 경남 사천 지역 가게들 앞에 걸었던 홍보물이 설치한 다음날 없어지는 것을 보고 자체 조사를 실시했다. 주변 가게 업주의 동의를 받아 CCTV도 확인했다. 영상 속엔 하이트진로 상징 그림이 붙은 차에서 남성들이 내려 무학 홍보물을 수거해가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무학 관계자는 “가게 업주는 홍보물이 없어진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며 “만약 하이트진로 측에서 무단으로 가져간 게 아니라면 업주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 대응 절차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이 일자 문제의 사건들에 대해 하이트진로가 반박하고 나섰다. 사측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영업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마찰로, 대부분 영업단에서 조율하며 해결해 왔다”며 억울해했다. 이런 일은 관행적으로 있어온 만큼 정색하고 공론화할 일은 아니라는 투였다.

그러면서도 “회사 차원에서 광고물 관리 및 영업 활동에 대한 관리,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준법경영, 정도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세심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 측 주장대로 주류업계의 홍보물 전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7년 1월 전북 전주 덕진경찰서는 자사의 맥주를 팔지 않는다며 가게에서 경쟁업계 배너 간판을 훔친 영업사원을 형사 입건했다. 같은 해 9월 경남 창원에서는 무학 측 영업사원이 식당 앞에 설치된 하이트진로 간판을 철거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주류업계의 홍보물 탈취는 흔한 사건일 수 있다. 그러나 흔한 일이라 해서 잘못된 일이 용인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속 회사를 위한 실적경쟁의 일환이라는 이유로 자사 직원들의 불법행위를 모르는 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행위 자체가 상생과 공정경쟁의 룰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홍보물 탈취는 주류 업계의 오랜 적폐 중 하나다. 그러나 이젠 세상이 바뀌었다. 지금 우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같은 개인매체의 활성화 덕에 음지에서 벌어지는 업체들의 사소한 반칙행위까지도 낱낱이 까발려지는 세상을 살고 있다. 반칙을 일삼는 기업은 소비자들의 심판을 피할 수 없게 돼 있다. 주류업계도 이젠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속히 구태에서 벗어나 루즈-루즈 대신 윈-윈을 선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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