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천옥현 기자] 채소와 육류 등 식료품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라면값까지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최근 오뚜기가 라면값을 크게 올리자 농심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이에 따라 삼양도 곧 라면 가격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9일 농심에 따르면 오는 8월 16일부터 신라면 등 농심의 라면 출고가격이 평균 6.8% 인상된다. 인상률은 신라면 7.6%, 안성탕면 6.1%, 육개장사발면 4.4%다. 대형마트에서 신라면의 봉지당 가격은 약 736원 내외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최근 팜유와 밀가루 등 라면의 주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 판매관리비 등 제반 경영비용이 상승함에 따라 원가 압박이 누적됐다”며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 = 천옥현 기자]
[사진 = 천옥현 기자]

최근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등 밀가루 제조사는 농심과 오뚜기를 포함한 고객사에 밀가루 공급 가격을 올린다고 알렸다. 원재료인 소맥의 거래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소맥의 국제 선물가격은 지난달 기준 680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약 38% 상승한 가격이다.

아울러 라면의 주요 원재료인 팜유 가격도 6월 기준 지난해보다 약 71% 올랐다. 통상 국제 곡물 가격이 매입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3개월 이상의 시차가 있어 하반기 라면 업체들의 원가 상승 부담은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농심과 삼양식품은 라면 사업 비중이 큰 기업이다. 농심은 라면 매출 비중이 전체 사업 중 79%, 삼양은 90% 이상을 차지한다. 오뚜기의 라면 매출 비중은 대략 26%이다. 제조원가가 증가하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다만 라면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취급돼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반발이 큰 제품이다. 때문에 농심은 2016년 12월 이후 4년 8개월, 오뚜기는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 만에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삼양식품은 4년째 ‘삼양라면’의 가격을 동결 중이다.

하지만 인상폭이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에서 결정되자 소비자들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줄줄이 비슷한 폭의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불만을 자극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소비자 여론을 반영하듯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22일 오뚜기의 가격 인상에 대해 반대성명을 냈다. 협의회는 “오뚜기의 가격 인상이 다른 라면 제조업체들의 연쇄적 가격 인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오뚜기는 오는 8월 1일부터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하겠다고 지난 15일 밝힌 바 있다.

이제 소비자들의 관심은 아직 가격 인상 발표를 하지 않은 삼양으로 쏠리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원가구조나 인상요인이 경쟁회사들과 비슷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면서도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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