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기본주택 정책의 세부 내용 및 이행방안을 공개했다.

이 지사는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기 내에 주택을 250만호 이상 공급하되 그중 100만호 이상을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주택 공급 물량 확대시 고품질의 공공주택인 기본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가 말하는 기본주택이란 무주택자 누구나 소득과 무관하게 저렴한 임대료를 내면서 역세권의 고품질 주택에서 30년 이상 장기 거주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주택을 말한다. 이 지사는 양질의 주택을 다량으로 지어 싼 값에 임대하면 주택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해 집값까지 안정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 =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 = 연합뉴스]

이 지사는 이날 ‘국토보유세’ 신설 방안도 공개했다. 투기 차단 목적의 교정과세인 ‘국토보유세’는 재산세와 별개로 부과되는 세목이다. 세목 신설에 대한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세수 전액을 국민들에게 기본소득 형식으로 되돌려주겠다는 구상도 함께 밝혔다.

이 지사는 이밖에도 안정적 수입이 없는 주택 실거주자를 위해 과세이연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과세이연은 재산세 같은 보유세를 집을 팔 때 한꺼번에 내도록 보장해주는 제도다. 일종의 납부기한 연장 제도라 할 수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보유세가 급증하면서 고령 1주택자들의 조세저항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의식한 결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지사는 또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부동산 백지신탁제 도입 △비필수 부동산 소유자의 고위직 승진 및 임용 제한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공직자 부동산 취득심사제 도입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분양가 상한제와 분양원가공개, 후분양제 실시 방안을 제안했다.

이 지사의 기본주택 공약은 그가 내세우는 기본시리즈의 일부다. 이 지사는 이전부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기본금융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하지만 그의 기본시리즈는 야당은 물론 여당 내 일부 인사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아왔다. 유권자들에게 가장 익숙해진 기본소득의 경우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으로부터 “사이비 분배정책”이란 공격을 받고 있다. 최 전 원장은 기본소득을 ‘전국민 외식수당’이라 폄훼하기도 했다. 어떤 이들에게는 외식비 용도로 쓰일 뿐이어서 온전한 복지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국민의힘 내 또 다른 대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기본소득을 오리너구리에 비유하며 논쟁을 가열시켰다. 기본소득이 성장정책도 분배정책도 아닌, ‘죽도 밥도 아닌’ 정책이라는 게 유 전 의원의 주장이다. 유 전 의원은 오리너구리의 다른 사례 유형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지목했다. ‘오리너구리’ 비유에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복지정책과 경제정책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지닌다”는 주장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 연합뉴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 연합뉴스]

이 지사의 기본시리즈는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정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진보 이념과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기본주택 정책 실행을 위한 재원은 실거주용이 아닌 ‘비필수 부동산’에 부과되는 무거운 보유세 등으로 채워질 것이 확실시된다. 시리즈의 대표 격인 기본소득을 ‘국토보유세’ 세수로 충당하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진작부터 논란을 부른 ‘국토보유세’ 도입 등과 관련해 최재형 전 원장 같은 이는 “국민의 재산을 훔쳐다가 의적 흉내를 내려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기본주택 구상은 여당 내에서 이 지사와 대권 후보 자리를 놓고 다투는 박용진 의원으로부터 가장 치열한 공격을 받고 있다. 이 지사의 이날 기자회견도 박 의원 등의 기본주택 관련 공격을 적극 방어하기 위해 마련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진작부터 이 지사가 실체도 없는 기본주택 시범단지가 있다고 했다가, 다음엔 ‘시범적 사업부지’가 있다고 했고, 그 다음엔 ‘법상 기본주택이 정의돼 있지 않다’고 말하는 등 일관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고 비판해왔다.

여당 내 또 한 명의 대통령 후보직 경쟁자인 정세균 전 총리는 “대상이 제한된 공공임대주택을 넓히는 게 무슨 공급대책이냐”며 이 지사의 기본주택 구상을 평가절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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