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 주 증시 투자자들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어려운 와중에서도 웃은 이들이 있겠지만 전반적 분위기는 침울할 수밖에 없었다.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지난 한 주 동안 코스피는 110.78포인트(3.5%)나 하락했다. 지수는 3060.51까지 밀리며 연초 이후 수개월간 힘겹게 추가한 상승분을 한 주 동안 한꺼번에 반납하다시피 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 한 주 동안 7.0% 하락했다.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들이 하락한 것에 비해서도 국내 증시에서의 지수 낙폭은 유독 컸다. 중국경제 부진 조짐과 심상찮은 델타 변이 확산세 등 세계 증시가 공유한 변수에다 반도체 업황 부진에 대한 우려가 추가된 결과였다.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 [사진 = AF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 [사진 = AFP/연합뉴스]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특히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의 수출 의존도가 큰데다 반도체가 수출의 주요 축이라는 점이 그 배경이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인 D램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려앉았고, 그 여파는 시장 전체에 미쳤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기존의 묵은 변수들이 여전히 시장 분위기를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델타 변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주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은 오는 26~28일 미국에서 진행될 잭슨홀 미팅이다. 비대면을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될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27일 오전(이하 현지시각)에 있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의 연설이다. 구체적 관심은 그가 델타 변이와 미국경제 전망을 어떻게 연계시켜 발언할지에 모아져 있다.

델타 변이는 연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민감한 소재로 남아 있다. 그간 연준이 통화정책 운용과 관련해 주의 깊게 지켜본 것은 물가와 고용이었다. 하지만 이 둘은 이제 긴축으로의 정책전환을 고려해도 좋을 만큼 연준이 설정한 기준을 충족해주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그렇다면 이제 가장 중요하게 남은 것은 델타 변이라 할 수 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연준은 이미 완화적 정책을 서서히 거둬들이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발신해왔다. 그런데 한 달여 전부터 델타 변이에 의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하면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즉, 델타 변이의 전개 상황에 따라 연준의 내부 방침에 일정 정도 변화가 생길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얼마 전만 해도 델타 변이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감염병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그가 이번 연설에서 그 같은 인식을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델타 변이가 미국 통화당국의 주요 관심사라는 것은 연준 위원 중 매파로 분류되는 로버트 카플란 댈라스 연준 총재의 발언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카플란 총재는 오는 10월부터 연준이 테이퍼링(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축소-유동성의 점진적 흡수)에 돌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인물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는 델타 변이 전개 추이에 따라 입장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9월 통화정책 회의(FOMC 회의) 때까지 바이러스 확산세를 지켜보겠다는 것이었다.

서울 중구의 한국은행.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중구의 한국은행.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주요 언론들은 그간 연준이 9월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일정을 공개한 뒤 연말이나 연초에 구체적 행동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을 제시해왔다. 또 시장 전문가들은 테이퍼링에 대한 메시지가 충분히 발신됐기 때문에 시장의 충격적 반응(테이퍼 텐트럼)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위험자산에 대한 기피가 더 심해질 수 있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두어야 할 기타 주요 변수로는 오는 26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있다. 전문가 의견은 다소 갈리지만,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 상황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정부 당국의 인식이 확실해지고 있는 만큼 한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시각이 커지고 있어서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델타 변이 확산세가 심각해짐에 따라 한은이 다시 한 번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란 전망이 그 바탕을 이룬다.

증시 투자자들에게 낙관적 변수로 받아들여질 요인도 하나 있다. 미국의 유력지 뉴욕 타임스(NYT)는 지난 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곧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전면 승인할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을 인용한 추측성 보도이긴 하지만 사실로 확인될 경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그 결과 접종률이 빠르게 증가함으로써 델타 변이의 경제적 충격도 줄어들 수 있다. 아직까지 FDA는 어떤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도 전면 승인을 해준 바 없다. 현재 화이자와 모더나 등은 FDA의 긴급 승인을 받아 코로나19 백신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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