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미국의 조기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되면서 투자자들의 눈길은 다시 고용지표로 쏠리기 시작했다. 최대 근심거리 하나가 덜어지자 미국의 고용 상황이 가장 뜨거운 변수로 남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증시 투자자들은 지난 주 막판 큰 고비 하나를 넘기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비둘기파적 발언을 한 것이 그 배경이었다. 지난 27일 오전(이하 현지시각) 파월 의장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달래려는 듯한 중요한 발언들을 했다.

요약하자면, △물가와 고용이 연준의 당초 목표치에 접근할 경우 연내에 테이퍼링(중앙은행의 자산 매입 축소)을 시작할 수 있지만 △테이퍼링을 한다 해도 그것이 기준금리 인상의 신호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였다. 시장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후자였다. 테이퍼링을 기준금리 인상의 전단계로 인식할 필요가 없으니 설사 테이퍼링이 실행되더라도 크게 긴장할 필요가 없음을 강조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잭슨홀 미팅 연설을 하고 있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잭슨홀 미팅 연설을 하고 있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파월 의장은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연설에서 “경제가 기대만큼 광범위하게 발전한다면 연내에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금리 인상은 테이퍼링과 다른 기준과 과정을 거쳐 이뤄질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상은 “(테이퍼링에 비해) 훨씬 더 엄격한 과정과 연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오자 시장은 즉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미국 10년물 국채의 금리가 떨어지고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들은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의 발언 직후 1.36%선을 유지했던 미 10년물 국채의 금리는 1.3%대 초반으로 하락했고, 지난 금요일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각각 1% 내외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시장이 파월 의장의 발언을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시장에 가해질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연준이 당초 계획한 대로 통화정책을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즉, 연내에 테이퍼링을 시작하되 정책 전환을 급진적으로 하지는 않겠다는 신호를 주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시장 전문가 일부는 연준이 연내에 테이퍼링에 돌입하고 내후년 초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 전망했었다. 파월 의장의 이번 발언은 그 같은 전망과 일정 정도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파월 의장이 이제부터는 통화정책 방향을 긴축 쪽으로 전환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다만 그 속도와 강도를 조절하겠다며 시장을 달래려 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의 테이퍼링 돌입 시점은 여전히 유동적이라 할 수 있다. 기타 변수들에 따라 시점에 미세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식당에 내걸린 직원 채용 공고. [사진 = AFP/연합뉴스]
미국 식당에 내걸린 직원 채용 공고. [사진 = AFP/연합뉴스]

변수 중 대표적인 것이 물가와 고용 동향이다. 코로나19 글로벌 대유행은 아직 진행형이지만 더 이상 확산되지 않으면서 억제되고 있는 형국이다. 물가와 고용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사안은 고용이다. 연준이 물가는 ‘일시적’일망정 스스로 설정한 목표치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고용 상황은 ‘아직’이라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어서이다.

따라서 당장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의 8월 고용보고서라 할 수 있다. 구체적 대상은 오는 1일 발표될 민간 고용보고서인 ADP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정부 부문을 제외한 비농업부문의 고용상황을 담은 것으로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의 보고서에 한 발 앞서 발표된다. 그런 까닭에 시장으로부터 더 뜨거운 관심을 받는다.

8월 고용 증가폭은 전달보다는 감소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델타 변이 확산세 속에 미국내 확진자가 급증한 것이 그 배경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 전망을 취합해 전한 바에 따르면 8월의 미국 비농업부문 고용 증가폭은 75만명 정도였다. 전달의 증가폭은 94만3000명이었다.

증가폭이 전달보다 다소 줄었지만 고용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다. 연준이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리라 판단한다면 테이퍼링은 시장의 예상대로 올해 안에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같은 날 발표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눈여겨 볼 대상이다. 이 지수는 제조업체 구매 담당자들의 반응을 통해 향후 경기가 어떻게 전개될지를 가늠해보는데 참고할 수 있는 자료다. 이를 통해 델타 변이가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추정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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