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확정했다. 3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된 정부 예산안 규모는 604조4000억원이다. 올해 본예산 558조에 비해 8.3% 늘어난 수치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마지막 해까지 확장적 재정운용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연도별 총지출 증가율(본예산 기준)은 2018년 이래 차례로 7.1%, 9.5%, 9.1%, 8.9%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가 마지막으로 편성한 2017년 예산의 총지출 증가율은 3.6%였다. 2017년 400조5000억원에 그쳤던 본예산의 총지출 규모는 이듬해부터 428조8000억원, 469조6000억원, 512조3000억원, 558조원 등으로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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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부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은 올해에 비하면 0.6%포인트 낮아졌다. 적어도 본예산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정부의 재정 운용이 실제로 이 범위 안에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의 예로 보면, 내년엔 정권 교체가 되든 안 되든 정부가 또 다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열려 있다. 지금의 여권은 씀씀이가 헤픈 탓에, 보수 야당은 집권할 경우 정책변화를 꾀하기 위해 추경 카드를 뽑아들 여지를 안고 있다.

현 정부는 올해 들어서도 이미 두 차례나 추경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본예산에 1, 2차 추경이 보태지면서 올해 총지출 규모는 604조9000억원으로 불어났다. 더구나 올해 더 이상 추경이 편성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이 점을 감안하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실제로는 최소 5000억원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총지출 규모가 확대되기는커녕 축소됐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정부가 과연 이 정도의 총지출 규모를 유지하면서 내년에 국정운영을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경우 큰 정부를 지향하면서 일자리 및 복지 예산 증대에 치중하는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정부가 총지출 규모를 올해의 실제 총지출과 비슷하게 짠 것을 두고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교하게 내년도 총지출을 계산하기보다 일단은 올해 기준에 준해 짜맞추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게 의문의 요지였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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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이 점을 지적하며 의문을 제기하자 기획재정부는 “정확히 소요를 파악해 예산을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4차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전 것보다 더 엄중하다는 점, 내년도 세수가 올해보다 좋으리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부 측 답변을 선뜻 수긍하기 어려워진다.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될 기미를 보이자 부스터샷(접종 완료자에 대한 추가 접종)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이는 내년에도 감염병 사태 극복을 위해 추경을 편성해야 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정부가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 운용을 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도 코로나19 사태였다.

예상되는 세수 증대 또한 씀씀이 큰 정부의 조기 추경 편성 욕구를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내년도 총수입이 국세 수입의 증가에 힘입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치가 크게 증가한 점 등이 그 배경이다.

정부는 이날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확장적 재정 운용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코로나 위기를 종식시켜 경기를 회복시키고 양극화에 대응하면서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려 하다 보니 정책적으로 확장적 재정운용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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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확장적 재정 정책이 지속되는 까닭에 내년도 국가채무가 1068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증가해 50.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채무 규모 자체도 문제지만 GDP 대비 비율이 50%선마저 넘어서게 되면 국가신용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그간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고령화 속도를 들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음을 경고해왔다.

한편 내년도 정부 예산안의 주요 구성항목은 △보건·복지와 고용 216조7000억원 △지역균형발전 52조6000억원 △한국판 뉴딜 33조7000억원 등이다.

보건·복지 및 고용 관련 예산은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 손실보상 1조8000억원, 백신 9000만회분 구입비용 2조6000억원을 포함한 방역예산 5조8000억원, 양극화 대응 예산 83조원 등을 포함한다.

양극화 대응 예산 증 대표적인 것으로는 211만개의 일자리 만들기용(31조원)을 꼽을 수 있다. 한부모 가정에 대한 소득공제 30%가 새로 실시되고 아동수당 대상을 8세 미만으로 확대하는 것도 양극화 대응의 일환이다. 기타 양극화 대응 예산 항목으로는 저소득 청년에게 월세 2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있다. 이런 식으로 청년층을 지원하기 위해 준비된 예산이 23조5000억원에 이른다.

33조7000억원의 한국판 뉴딜 예산은 2050탄소중립 21조원, 뉴딜연구개발 3조6000억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내용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다음 달 초 국회에 제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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