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조근우 기자] “유전무죄 무전유죄….”(cbla****)

MBC가 기획물로 최근 다룬 ‘①취업 금지했는데, 회장님 연봉은 41억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이 기사는 취업 제한을 받고 있는 장세주 회장이 직함도 상근 회장이요, 연봉도 41억원으로 철강업계 1위라면서 그 문제점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되자마자 삼성전자로 복귀한 것을 두고 ‘취업 제한’ 위반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취업제한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형 집행 종료 후 5년, 집행유예 종료 후 2년 동안 관련 기업에 취업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취업 제한 조치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5백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는다.

한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취업제한을 어기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미등기 임원으로 이사회에 참여하지도 않고, 무보수·비상근 경영을 한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동안 재계에서 ‘미등기임원은 취업한 것이 아니다’는 논리가 만연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그러자 MBC 등 일각에서는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을 거론했다. 왜냐하면 이재용 부회장처럼 ‘무보수 비상근’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 받고, 그것도 업계 최고 연봉 받고, 상근 회장으로 대놓고 취업 제한 조치를 어기고 있기 때문이다.

장세주 회장은 2016년 횡령과 상습 도박으로 3년 6개월 징역형이 확정됐다. 장 회장은 2004년에도 횡령 및 배임죄 등으로 징역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도박과 횡령 모두 두 번째였다. 그리고 2018년 4월, 만기를 6개월 앞두고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눈 가리고 아웅’처럼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법에 취업제한 대상자가 되면 법무부 장관이 통지하도록 돼 있는데, 2018년 이전까지는 명단조차 관리하지 않은 상태여서 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그 뒤 국회 지적을 받고 2018년 9월부터 매월 검찰청 등으로부터 자료를 송부 받아 취업제한 대상자인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결국 장세주 회장의 경우 법무부의 규정 무시로 인해 특혜를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규정대로라면 형 집행이 끝난 뒤 5년, 오는 2023년 11월까지 동국제강에 취업할 수 없다. 어쩌면 이 지점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며 대중들의 정서가 악화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던 문재인 정권에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 쓴 맛을 다시게 한다.

“철강업계에 기여하기 위해 회사로 복귀했다.”

동국제강 측은 장세주 회장의 복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실제로 장세주 회장 복귀 후 지난해까지 누적 손실 2조원으로 골칫덩어리 취급받던 브라질 CSP제철소가 올해만 75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긍정적인 신호도 없지 않다.

하지만 장 회장의 연봉을 보면 ‘기여’라는 말이 맞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사진 = 연합뉴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사진 = 연합뉴스]

장세주 회장의 지난해 연봉(41억100만원)은 국내 철강업계 톱이었다. 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 최정우 회장 연봉(19억2700만원)의 2배가 넘는다. 등기임원인 대표이사 장세욱 부회장의 작년 보수는 33억1800만원, 대표이사 김연극 사장은 5억9800만원이었다. 등기 임원보다 법적 책임은 덜 지면서 보수는 더 많이 받아가는 셈이다.

또 현재 상근 회장 직함을 달고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작년 말엔 장 회장 장남인 장선익 이사가 상무로 승진하며 승계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모양새다.

장선익 상무 또한 과거 대중들에게 씁쓸한 기억을 선사한 바 있다.

그는 2016년 12월 용산구 한 술집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중 물 잔을 집어 던져 양주 4병 등을 깨는 난동을 부려 기물파손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면서 고개를 숙인 바 있다. 당시 장선익 이사의 술집 난동 사건이 파문을 낳자 동국제강 측은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 각고의 구조조정을 하고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와 임직원 여러분께 큰 상실을 드린 점 뭐라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상황의 엄중함을 깨닫고 깊이 반성하며 거듭해서 사죄드리고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동국제강은 철강종가로 불린다. 포스코나 현대제철보다 업력이 오래돼 국내 철강3사 중 가장 사업경력이 오래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너리스크로 몸삼을 앓고 있기도 하다.

“박범계는 뭐 하십니까? 공정과 정의가 돈 앞에서 무너지고 있는데.”(bich****)

기사에 달린 또 다른 댓글이다. 취업제한 규정을 무시하는 법원과 이에 편승해 특혜를 받고 있고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에 대한 성난 민심의 일단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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