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 업체인 한샘을 인수한다. 한샘 인수를 통해 백화점업계의 ‘포스트 명품’으로 꼽히는 홈인테리어 시장 공략에 총력전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지난 10일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한샘 인수를 위해 설립하는 사모투자펀드(PEF)에 2995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e커머스업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그룹에 밀려 쓴잔을 마셨던 롯데그룹은 이번엔 절치부심해 경쟁사 LX하우시스를 따돌렸다.

롯데쇼핑은 우선 IMM PE가 한샘 인수를 위해 설정할 펀드의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게 되며 당장의 경영은 IMM PE가 맡게 된다. IMM PE가 앞으로 지분을 매각할 때 한샘을 인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우선협상권)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IMM PE가 향후 전개 과정까지도 고려해 롯데그룹을 선정한 것으로 안다”며 “롯데그룹이 들어온 이상 한샘을 인수할 수 있는 위치에 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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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한샘 인수에 뛰어든 것은 백화점에서 홈인테리어 산업이 핵심 콘텐츠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백화점 내 가구·홈인테리어 브랜드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았다. 비싼 가구를 사는 소비자도 많지 않은 데다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품목으로 매장 효율성을 떨어뜨린 탓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소득수준 향상,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집 꾸미기 열풍이 불자 홈인테리어 콘텐츠가 성장 산업으로 떠올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은 2010년 19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41조5000억원 규모로 2배 이상 커졌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은 앞다퉈 홈인테리어 콘텐츠 강화에 나섰다. 백화점 꼭대기 층에 자리잡았던 홈인테리어 매장을 3~4층으로 옮겼다. 백화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 등 e커머스의 공세로 백화점이 점차 고가 제품을 강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며 “홈인테리어가 명품과 함께 백화점의 핵심 콘텐츠가 됐다”고 말했다.

1970년 부엌 가구 전문 회사로 출발한 한샘은 현재 가구 제작부터 홈인테리어까지 사업 영역을 대폭 확대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조674억원, 영업이익은 93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한샘은 앞서 지난 7월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조창걸 명예회장과 특수관계인 7인의 지분(30.21%), 경영권 프리미엄을 IMM PE에 넘기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IMM PE와 체결했다. 한샘이 제시한 가격은 1조3000억~1조7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IMM PE는 한샘 인수에 참여할 SI를 찾아 나섰고, 롯데그룹과 LX하우시스가 SI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두 회사는 각각 3000억원 규모 출자 의향을 공개하며 강한 인수 의지를 밝혔다. IMM PE가 롯데그룹을 선택한 배경에는 롯데쇼핑이 유통채널로서 오프라인 중심으로 확장성이 있고 온라인 고객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등 한샘 인수 후 고객과의 접점을 이른 시일 안에 확대할 수 있는 반면, LX하우시스는 한샘과 경쟁관계라는 점이 마이너스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한샘이 53곳(아울렛 21곳 포함)에 이르는 전국 롯데백화점 매장에 입점하면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홈인테리어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던 참이다. 한샘과 손잡고 전국 백화점 점포에 ‘한샘디자인파크’, ‘한샘리하우스’ 등 체험형 리빙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한샘은 올 들어 롯데백화점 7곳, 롯데몰 3곳 등 롯데그룹 매장 16곳에 신규 입점하며 협력을 강화해 왔다. 한샘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유통망과 한샘의 가구·인테리어 사업 역량을 융합하려는 그동안의 시도가 탄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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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만큼 한샘이 오프라인 시장에서 보유한 가구, 인테리어 부문 경쟁력을 롯데그룹 계열사들과 더하면 양사 모두에 ‘윈윈’(Win-Win)’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국에 440여개 매장이 있는 가전 양판점 롯데하이마트를 한샘의 인테리어로 바꾸면 상당한 동반상승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하이마트(가전+인테리어), 롯데건설(빌트인 가구 등)을 비롯한 롯데 계열사와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에도 나선다. 한샘 인테리어 상담 시 롯데하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가전을 함께 권유할 수 있다. 롯데건설이 아파트를 시공할 때 한샘 가구를 빌트인 제품으로 넣을 수도 있다. IMM PE가 LX하우시스보다 롯데그룹과의 동반상승 효과가 크다고 판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한샘은 국내 홈 인테리어 업계의 독보적 1위 기업으로 풍부한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어 롯데그룹과 상품, 콘텐츠, 집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가 기대되는 만큼 출자를 결정했다”며 “향후 상품 경쟁력 강화와 차별화된 공간 기획, 콘텐츠 개발 등에 도움이 되고 하이마트, 건설 등과 협업해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이 한샘을 인수하면서 국내 홈인테리어 업계의 경쟁 구도도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 빅3 중심의 3강 구도가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사인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이미 홈인테리어산업 성장세에 올라탔다. 신세계그룹은 2018년 까사미아를,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리바트(현 현대리바트)와 2018년 한화 L&C(현 현대L&C)를 인수하며 홈인테리어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그렇지 못한 롯데그룹은 2019년 74조원대였던 매출이 지난해 60조원대로 18.9%나 쪼그라들었다. 경쟁사와 달리 가구·인테리어업체 계열사가 없던 롯데백화점으로서는 한샘이 홈인테리어 콘텐츠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퍼즐 조각이었다. 한샘은 집 전체를 시공하는 ‘토털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유일한 국내 대형 브랜드인 데다 한샘넥서스, 한샘도무스 등을 통해 ‘명품 수요’를 공략할 고가의 수입 가구도 들여오고 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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